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지 한달 보름여 만이다. 최근 두달 동안 검찰은 안팎에서 사상 초유의 혼란상을 보여왔다. 청와대 발표대로 김 후보자는 검찰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다고 알려져왔다. 청렴하고 강직하기에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국회청문회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김 후보자가 위기를 수습하고 제대로 선 검찰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역대 어느 검찰총장보다도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을 맡게 됐다. 지난해 11월 한상대 전 총장의 사퇴 이후 김 후보자가 대행을 맡아 위기를 극복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누란의 위기에서 김 후보자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숙제에 직면해 있다. 국민의 신뢰 회복과 검찰조직의 안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이 전제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권력의 외압에서 벗어난 검찰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전임 채 총장과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직을 잃은 윤석열 전 여주지청장에 대한 동정적 시각이 많다는 점은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검찰조직 안정 역시 검찰총장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김 후보자의 낙점과정에 청와대 실력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서도 검찰의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새 검찰총장의 앞에는 난제가 누적돼 있다. 당장 검찰의 내분을 야기하고 외압 논란까지 불거진 국정원 댓글 수사와 공소유지를 마무리해야 한다. 역시 한점 의혹 없는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 없이는 국론분열을 심화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다. 비대한 검찰권의 조정과 시민통제 강화 같은 검찰개혁도 멈출 수 없는 과제다. 모든 게 검찰총장의 확고한 의지에 달렸다. 김 후보자는 퇴임할 때 국민의 박수와 존경을 받으며 떠나는 검찰총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