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국을 아우르는 단일 통화동맹을 제안하고 나섰다. 서방 제재와 유가 하락에 따른 루블화 가치 절하와 자본 유출에 대응, 단일통화로 자국 경제의 안정을 찾겠다는 노림수다.
최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에 3국간 단일통화을 사용한 동맹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푸틴은 "서로 어깨를 맞대야 외부의 금융·경제 위협에 대응하고 공동의 시장을 보호하기가 쉽다"며 "통화 동맹이 3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의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일통화 도입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EU) 회원국들도 구소련 부활에 대한 우려때문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유럽·국제종합연구소 고등경제학연구원 마르셀 사리코프는 "소비시장 통합이 우선이고 그다음 노동, 금융시장이 차례로 합쳐져야 한다"며 "지금 단일통화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말도 구하기 전에 마차부터 구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도 지난 1월 "상품, 자본, 노동시장 통합이 우선"이라며 "단일통화동맹은 현안이 아니며 적어도 나의 재임 기간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