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유출’ 파문 어디까지 번지나

미공개 테이프 여부 촉각…DJ정부 치부 드러날수도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싼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까. 사건 초기 쟁점은 삼성그룹과 거대언론 그리고 정치권력의 유착관계에 집중됐다. 그러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테이프가 더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국정원 전 직원들로부터 흘러나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림팀’ 전 팀장이었던 공운영씨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신의 집 앞에서 배포한 A4용지 13장 분량의 자술서를 통해 “94년 언제 도태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밀반출해 보관해온 것이며 함께 직권면직됐던 A씨로부터 소개받은 재미교포 박모씨를 통해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테이프의 유출경위는 어느 정도 밝혀진 셈이지만 공개되지 않은 테이프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전직 간부 출신들의 모임인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의 송영인 회장은 26일 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안기부에서 비밀도청을 전담한 ‘미림팀’의 전 팀장 공운영씨가 테이프를 유출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처벌하지 못한 것은 공씨의 폭로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 회장은 “천용택 원장 등 감찰 관련자들이 공 팀장이 기밀문건을 소유했다는 것을 알고 난 1년 뒤에 이를 압수하면서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공 팀장에게 국정원 관련 이권사업인 통신 관련 돈벌이를 도와준 것은 상식 이하의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천 전 원장이 공씨의 도청테이프 유출 사실을 알고도 처벌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유에 대해 “가져나간 물건에서 자기네들과 관련된 사항이 있고 그것이 발표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의 주장은 공씨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직까지 테이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 큰 타격이 될 만한 내용이 실제로 존재할 경우 정치권 전반에 핵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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