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반(反)외자기업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외자기업이 지나치게 비대화할 경우 중국이 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일부 라틴아메리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산업안보’ 차원의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무부 국제경제무역합작연구원 다국적기업연구센터의 왕즈러(王志樂) 주임을 연사로 초청한 가운데 ‘대외개방 신단계 외자기업의 새로운 추세’라는 제목으로 한중 경제포럼을 개최한 결과 중국 내부에서 외자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왕 주임은 이 포럼에서 “외자기업의 발전과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최근 중국 내에서 ‘라틴아메리카화’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틴아메리카화’란 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일부 라틴아메리카의 신흥공업국에서 나타났던 경제현상을 일컫는 말로 대규모 독점 자본을 이용한 다국적기업(외자기업)들이 주요 산업을 통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외자 유치국의 국민경제 안전을 해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왕 주임은 또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외자기업에 여러 부문에 걸쳐 시장개방을 확대했지만 이를 통해 충분한 수준의 선진 기술을 유치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기업이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어 시장개방을 통한 선진기술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술유치 실패론자들이 지적한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독점에 대한 중국인들의 걱정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왕 주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스크톱 운영체계(OS) 소프트웨어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고, 코닥과 후지가 감광재료 시장을 각각 50%와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웨덴의 테트라팩은 중국 무균 테트라팩 시장의 95%를 장악하는 등 일부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의 독점이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최근 외자기업들의 중국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부 산업에서 외자기업의 독점현상이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산업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일부 전현직 정부관리와 관련 산업의 협회 및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경제안보론’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최근 지멘스와 하이신(海信)간 상표등록 분쟁, 네슬레 분유의 요오드 기준치 초과 문제, SKⅡ 화장품 사태, 와하하(蛙哈哈)와 다농간 쟁의 등에서 나타난 일부 중국 언론의 외자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들이 ‘경제안보 위협론’ 주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왕 주임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의 역사를 놓고 볼 때 지금의 경제안보 수준이 가장 높다”면서 ‘경제안보 위협론’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대외개방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의 기본입장은 대외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