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조기매듭 물건너가나” 촉각

새해 벽두부터 검찰의 기업수사가 예상 밖으로 수위를 높여가자 재계는 `조기 수사종결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며 극도의 긴장 속에 빠졌다. 특히 SK의 경우 8일 밤샘 조사를 받은 손길승 회장이 9일 구속될 가능성이 커 현 경영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보여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수사 조기종결` 물 건너갔나 = 재계는 한화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 및 김 한화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손 SK회장 소환조사 등으로 검찰수사가 돌연 수위를 높여가자 아연긴장하며 다시 몸을 낮추고 있다. 기업들은 검찰수사가 조기에 마무리 되기를 기대하면서 총수 및 구조조정본부장 소환이나 조사에 따른 업무차질을 최소화하고 경영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검찰총장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가 도무지 잦아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검찰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SK 경영구도에 회오리 바람= 검찰은 현재 손 회장에 대해 “SK해운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수사 과정에서 개인 비리 혐의 등을 포착했다”며 “다른 재벌들의 정치자금 수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구속될 경우 SK 그룹의 독특한 `오너와 전문경영인간 파트너십 경영체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 회장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항소심에 계류중인 최 회장이 바로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무리인 만큼 다른 전문경영인 그룹을 앞에 내세워 경영을 꾸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불똥 튀나` 촉각= 재계는 검찰의 칼끝이 김 한화 회장, 손 SK 회장 등 총수들을 직접 겨냥하고 들어오자 극도의 몸조심에 들어갔다. 통상 일본에서 연말연시를 보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해는 아직 외유에 나서지 않고 있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해마다 참석하던 시카고 모터쇼(내달 예정) 참석 일정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대선자금 수사에 LG카드 사태까지 겹친 LG의 구본무 회장은 대외활동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수사 조기종결을 약속했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 도무지 예측불허”라며 “다만 경영상의 공백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만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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