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전자투표 채택 "지지부진"

6월 결산 법인 가운데 단 2곳만 신청

6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올 8월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하려고 했던 주주총회 전자투표가 상장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6월 결산법인 중 전자투표 방식을 신청한 기업은 선박투자회사인 아시아퍼시픽11ㆍ12호 단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페이퍼컴퍼니 형식의 뮤추얼펀드로 사실상 일반 기업 중엔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은 셈이다.

예탁원은 당초 다수의 6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8월 말께에 시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6월 결산 법인들이 전자투표 채택을 망설이면서 해당 서비스를 예정대로 2일에 오픈하더라도 일반 기업들의 본격적인 채택은 다음 결산기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예탁원의 한 관계자는 “전자투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적어도 지금 시점까진 신청이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채택의사를 내비친 곳은 채택 효과가 적은 선박투자회사 밖에 없다”며 “주총기간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이번 결산기엔 전자투표 전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월 결산기업들이 전자투표 도입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아직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시하지 않은 시점이라서 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가 해당기업 중 대부분이 중소형업체인 만큼 과감한 결단을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결산기업은 코스닥시장 14곳, 유가증권시장 14곳 등 28개사에 불과하다. 이중 기업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6곳이나 되며, 중국 기업도 한 곳이 포함돼 있다.

6월 결산기업의 전자투표 채택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전자투표 시행은 12월 결산기업이 주총을 여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9월 결산기업 역시 기업 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중소형업체 비중이 높다는 점이 6월 결산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중소형업체들이 전자투표를 선제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현재 삼성전자, 한국전력 등 파급 효과가 큰 12월 결산 대형 상장사들을 중점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지난 해 5월 개정된 상법이 5월29일부로 본격 시행되면서 올 6월 결산 상장사부터는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그 동안 주총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의 주식을 의결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 안분하는 ‘섀도보팅’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때문이다. 예탁원은 전자투표 도입 기업의 경우 시행 초기임을 감안해 1년 동안은 전자투표 관련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기만 하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조사기획부 부장은 “상장사들이 전자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주총에 참석 못하는 주주들에게도 소통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이 제도는 오히려 소액주주가 많은 중소형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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