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반보다 앞으로 남은 1년 반이 더 길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참여정부’ 얘기다. 참여정부의 인식과 국민 정서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신종도박 ‘바다이야기’는 국민의 염증과 피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건을 보면 ‘과연 이것이 개혁인가’라는 탄식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다. 구호만 난무했을 뿐 정교한 정책수립 및 집행을 위한 노력은 없었기에 전국이 도박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권력형 비리는 분노를 동반하지만 파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정책 오류는 국가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지금 우리의 최대 위기는 정부가 할 수 없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모두 하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투자가 안되는데 투자를 규제하고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데 복지제도는 강화하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세금은 올리고 임금은 높은데 노조의 일방적인 ‘제 몫 늘리기’ 투쟁에는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중진국으로 압축 성장한 우리 경제 앞에 ‘압축 침체’의 유령이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미국에는 ‘버려도 되는 카드’, 중국에는 ‘무시해도 좋은 카드’가 돼가고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우방이 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돌아오는 것은 고작 김정일 독재체제의 뒤통수 때리기와 안보 위협인데도….
참여정부의 행보는 왜 이렇게 ‘역(逆)’의 연속일까. 바로 오늘의 우리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분열과 불행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진단한다. 그러기에 지난 60여년간 쌓아온 모든 결과물이 개혁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부분 인식일 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오랜 세월 집단적 시행착오와 임상학적 과정을 거쳐 그나마 나은 쪽을 선택한 결과로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도 전제돼 있다.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얘기하기 어려워한다”는 말이 있다. 달리 말해 실제와 전체를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크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얘기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민족ㆍ자주ㆍ주권과 같은 가치를 내세운 감정 이데올로기, 또는 편가르기를 통한 정치게임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