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안보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혀 ‘안보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대상은 6년 전 폐기된 ‘주적(主敵)’과 같은 개념으로 해석돼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북한의 개입 정황이 확인될 경우 주적 개념이 부활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불과 50㎞ 거리에 장사정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라며 북한을 ‘가장 호전적인 세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北 잠수함ㆍ특수전부대 도발 대비 전력 우선 보강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해온 군사력 보강도 침투ㆍ국지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조정될 전망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침투 및 국지도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군사력 건설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잠수함과 특수전부대 등 비대칭 및 침투ㆍ국지도발 위협에 대비한 전력을 우선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이와 함께 비대칭전력 위협에 대응, 잠수함ㆍ특수부대 등 다양한 도발 징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서북해역의 작전 개념을 재정립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100여 척에 이르는 북한 잠수함 침투에 대비해 수상함의 소나(음향탐지장비)와 레이더체계 성능을 보강하고 백령도ㆍ연평도 등의 해군ㆍ공군 레이더 성능을 개선하는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군이 보유한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기, 레이더기지를 통합 운영하는 개념을 발전시키고 한미연합 대잠훈련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격형 헬기 개발 탄력, 국방개혁 2020 전면 재조정
또 18만명에 이르는 북한의 특수전부대 침투에 대비한 ‘공격형 헬기’ 사업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북한은 서해안 갯벌에서도 고속 전진이 가능한 공기부양정 130여척과 고속상륙정 90여척 등 특수부대 병력을 태울 수단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 이를 타격하려면 공격형 헬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서해에서의 작전 개념도 '수비형'에서 '공세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군 특수부대가 백령도ㆍ연평도 등 서해 5도를 기습점령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를 저지할 K-9 자주포를 포함한 화력 증강, 대(對)포병 레이더 등 감시수단도 보강될 전망이다.
오는 2020년께면 북한의 위협이 감소할 것이란 판단 아래 현존 위협보다는 미래 위협을 겨냥해 작성한 '국방개혁 기본계획(국방개혁 2020)의 전면 재조정도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국방개혁기본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6월 중 조정된 개혁안이 도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