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순익의 25%, 18개월만에 날렸다

메릴린치, 최근 6분기동안 손실 140억弗 달해

미국 최대증권사인 메릴린치가 최근 18개월 간 낸 손실 규모가 지난 36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의 4분의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금융정보업체인 톰슨로이터의 조사결과를 인용, 지난해부터 올해 2ㆍ4분기까지 메릴린치가 자산상각 및 신용경색으로 입은 세후 손실이 140억 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는 메릴린치가 지난 1971년부터 2006년까지 기록한 순이익인 560억 달러의 4분의1 규모다. 또 140억 달러의 손실 중 지난 6분기 동안의 손실은 지난 2000년부터의 순이익 절반에 맞먹는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메릴린치는 존 테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래 부실자산을 털어내기 위해 약 3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바 있다. FT는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미국 및 유럽의 10개 금융회사 중 메릴린치가 지난 36년간 순수익 대비 손실률이 가장 컸다고 전했다. 조사대상에는 씨티그룹,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리먼브러더스, 골드만삭스 등이 포함됐다. UBS는 최근 18개월 간 손실이 150억 달러로 36년간 순수익 대비 손실률 2위를 기록했다. FT는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난 금융계의 손실이 복합상품과 저렴한 차입금에 의존하는 투자은행(IB) 모델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의 로버트 개치 글로벌자산시장 담당은 "투자은행들이 너나할 것 없이 막대한 규모의 자산상각에 시달리고 있다"며 "비즈니스모델을 바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FT는 전문가들이 이들 기업이 레버리지론ㆍ모기지 상품이 유행했던 시기 만큼의 수익을 다시 낼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