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간 통신망 무임승차' 속셈

자국 시장지배적 사업자 없어 망개방 부담 적어
"對韓 수출많은 옥수수등 먼저 논의" 실리 노려


美 '기간 통신망 무임승차' 속셈 자국 시장지배적 사업자 없어 망개방 부담 적어"對韓 수출많은 옥수수등 먼저 논의" 실리 노려 시애틀=손철기자 runiron@sed.co.kr 관련기사 • 美, KT·SKT 網도 개방 요구 • '반덤핑' 때문에 아슬아슬 정보통신(IT) 강국의 위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이 ‘공정경쟁’이란 명분을 덧붙여 국내 유ㆍ무선 1위 기업들이 수십조원을 투자한 기간망에 무임승차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미측은 또 FTA를 통해 최대의 이익을 노리고 있는 농산물 분야에서 착실히 시장개방을 확대해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협상단을 비롯해 국내 통신업계와 농업계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IT강국 문 열어라”=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통신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도 유ㆍ무선 분야 각각 국내 1위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 미국 측은 “한국이 IT강국이고 KT와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경쟁기반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양사의 유ㆍ무선 기간망을 모든 사업자에게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국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같은 의무를 부담하겠다고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 하지만 미측은 무선통신 분야에 버라이존ㆍ스프린트ㆍ싱귤러 같은 쟁쟁한 기업들이 있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아니어서 망개방 의무를 갖지 않는다. 유선 분야에서는 지배적 사업자인 ILEC가 우리측에 요구한 부담을 이미 상당 부분 지고 있어 타격이 거의 없다. 특히 미측은 같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비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시장개방을 해도 국내기업 중 미국에 적극 진출할 곳은 거의 없는 반면 미국 기업은 물밀듯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KT와 데이콤은 아울러 국제전화망이 일본과 연결된 단일회선이어서 안정성 차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제기돼 비상이 걸렸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해저케이블 사업자의 국내 육양설비 접속 허용 요구는 국제전화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농산물 실리부터 챙긴다=미국은 농산물 개방 협상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는 착실한 전략을 택했다. 우리측이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쌀ㆍ쇠고기 등을 먼저 꺼내 굳이 협상을 파행으로 이끌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지는 분명했다. 미측 협상단은 “민감 품목 개방 논의는 뒤로 미루되 미국이 이미 한국에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옥수수ㆍ대두 등의 시장개방부터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옥수수는 지난해 미국의 농산물 수출 중 1위 품목(수입액 3억1,300만달러)이며 대두는 3위로 수출액이 2억3,600만달러에 이른다. 2개 항목만 미국의 대(對)한 농산물 전체 수출의 4분의1에 이른다. 우리측 협상단 관계자는 “수출액이 많은 품목의 관세를 낮춰 미 농민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한편 외국과의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계속 수렴한 뒤 4차 협상을 전후해 수정 개방안(양허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종하 우리측 농업분과장은 “미측이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으며 일부 관심품목(옥수수ㆍ대두 등)에만 일단 관심을 나타냈다”면서 “4차 협상까지는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감안해 수정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9/0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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