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다시 연기하자고 제의한 배경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등 북한의 위협이 재차 부각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으로 여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올해 초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등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언급, 전작권 전환시기 재연기를 제의했음을 사실상 확인했다. 전작권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 군 대응능력 아직 부족=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북한이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히 높인 후로 알려졌다. 최근 남북관계는 표면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개최하면 화기애애한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물밑으로 북한은 3월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시작으로 전략로켓군과 장거리포병 부대에 '1호 전투근무태세' 명령을 내리거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 등 최근 대남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정부가 재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남북이 전면전을 할 경우 초기 한국군의 대응 능력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국방부 자체 평가도 고려됐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15년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안보 상황으로 보면 너무 촉박하다는 여론이 많다"면서 "정부는 이런 여론과 함께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점도 고려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면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수용 가능성 높아=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요청해도 결국 미국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군 당국에서는 2010년 1차로 전작권 전환 시기가 연기됐을 때도 내부 반대가 심했고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전작권 전환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군사적인 차원보다 정치적 입장에서 미국의 대응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 차례 전작권 전환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미국이 우리 측 제의를 수용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으로 미뤄 미국 측이 연기 제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국방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미국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6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간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