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응급실

서울보훈병원 31시간·부산백병원 20시간 대기


크게 다치거나 위독한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이 수술장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지기까지 일부 병원의 경우 최장 31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3일 발표한 전국 430개 응급의료기관 평과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체류시간은 평균 5.9시간으로 지난 2012년(6.3시간)보다 단축됐다. 그러나 서울보훈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이 31.1시간에 달했고 인제대 부산백병원(20.5시간), 조선대병원(19.1시간), 화순전남대병원(16.7시간) 등도 환자들이 응급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중증응급환자는 기대생존율이 95% 미만으로 신속하게 수술장이나 중환자실, 병실로 옮겨져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지만 이들 병원은 병실 수나 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에서도 치료는 할 수 있지만 중환자실이나 해당 병동보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응급의료기관 환경 개선 차원에서 대기시간이 긴 기관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응급병상에 비해 응급의료환자가 많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측정하는 '응급의료기관 과밀화지수(높을수록 과밀)'는 환자가 많이 찾는 10대 병원의 경우 2012년 146.7%에서 2013년 129.1%로 조금 개선됐지만 서울대병원(177.1%), 경북대병원(140.3%), 서울보훈병원(133.5%) 등 주요병원들은 응급환자 쏠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에 대한 법정기준 충족률은 2012년 69.7%에서 2013년 81.4%로 크게 뛰어올라 전반적인 응급의료환경은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밀 응급실을 방문하면 신속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며 "응급실 병상 여유현황을 인터넷(www.1339.or.kr) 등으로 확인한 뒤 의료기관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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