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린동 아트센터나비는 미디어아트 전문 전시장으로 영상과 설치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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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주택을 개조한 대림미술관 정면은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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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미술관 운영, 미술계 후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등 경영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재벌가 안주인들이 호사(豪奢)로 운영하던 미술관들이 전문가적 지식과 체계적인 경영을 접목하면서 미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미술관은 기업을 위한 종속적인 공간이 아니라 모기업의 경영정신과 발을 맞추는 '문화경영'이라는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업이 문화계를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에서 한 발 진화한 형태로 미술관과 문화재단의 활동이 기업의 경영방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전문지식 앞세워 미술관 경영
요즘 가장 활동이 돋보이는 미술관은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관장으로 있는 '아트센터 나비'. 예술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는 미술과 영상기술ㆍ기기의 조화를 시도한 것으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전위적인 예술 분야로 평가 받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의 전신은 최 회장의 어머니인 박계희 관장의 워커힐미술관. 노 관장은 지난 1997년부터 워커힐미술관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노 관장은 3년간의 준비 끝에 2000년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한 후 서울대 공대(섬유공학과)와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거친 자신의 전문지식을 접목했다. 그가 선보이는 미디어아트는 IT와 통신,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이뤄진 영상과 설치작품, 세계 각국의 작가들을 연결하고 일반인도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정체성은 SK와 SK텔레콤의 기업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경희대에서 문화예술경영, 서울예대에서 디지털아트 등을 가르친 노 관장은 미디어아트와 예술경영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 소격동과 경주 아트선재센터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관장이 이끌고 있다. 1980년대부터 작품 수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정 관장이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 데 이어 이제는 그 무게중심이 딸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옮겨졌다.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으로 근무했던 김 교수는 동시대현대미술(contemporary art) 연구소 겸 기획사인 '사무소(SAMUSO)'의 대표 디렉터로서 아트선재센터의 전시기획을 맡고 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 미국 크랜브룩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백남준의 소개로 뉴욕 현대미술관 인턴십을 거쳐 큐레이터의 길로 접어들었다.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고 내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시티비엔날레 총감독도 맡은 현대미술 분야 전문가다. 올해는 옛 기무사에서 열렸던 국제미술제 '플랫폼'을 이끌면서 김수자ㆍ서도호ㆍ이불ㆍ김홍석 등을 발굴해 해외에 소개하는 등 국내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소비자가 기업의 잠재고객
1993년 문을 열어 2002년 통의동으로 옮긴 대림미술관은 도심 문화공간을 지향하면서 컬렉션과 패션•디자인•사진을 주된 테마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제안과 조언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관 건물만 해도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생활과 미술의 공존을 꾀한다. 미술관은 디자인•건축•예술문화 분야에서 선도할 수 있는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대림산업의 철학을 대중과 공유하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리조트의 '스카이아트미술관'은 여의도 63빌딩 전망대를 미술관으로 바꾼 것으로 일본의 모리미술관을 벤치마킹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서비스ㆍ레저 부문 고객을 겨냥해 문화콘텐츠가 있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전시는 가족 관람객을 타깃으로 해 난해함보다는 쉬운 접근성을 강조했고 연인을 위한 이벤트, 수족관ㆍ영화관과 연계한 패키지 티켓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친화형 전시장 운영은 백화점 갤러리에서도 두드러진다. 신세계갤러리는 매년 1~2회 아트페어와 경매를 열고 회화뿐 아니라 도예와 생활공예 전시를 병행하며 '우아한 생활문화는 이런 것'임을 보여준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롯데갤러리는 기존 미술관이나 상업화랑 전시와 달리 회화나 설치작품•미디어아트 외에 유리조형이나 공예•인테리어와 관련한 각종 전시를 보여준다.
◇기업•고객과의 소통 창구
이처럼 기업 미술관은 해당 기업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의 경우 화장품 회사라는 점을 앞세워 최근 피부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열었다. 또 전통 보존에 중점을 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진 패키지 개발까지 내다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발굴해 현대와의 접목을 시도한 '설화문화전'을 열고 북촌마을에 거주하는 장인과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후원하는 등 거시적인 브랜딩 전략을 전개한다.
개인고객과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B2B 기업 한진해운은 양현문화재단을 설립해 상금 1억원의 국제미술상인 양현미술상을 제정했다. 미술가 배영환씨에게 자사 중고 컨테이너를 제공해 이동식 도서관으로 만들어 문화소외지역에 공급한 것은 공공미술에 대한 기업 후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호미술관의 '금호 영아티스트'전은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미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된 기업정신을 이어 지방작가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두산갤러리는 전시 외에도 뉴욕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한국작가의 국제화를 위해 뒷배를 봐주고 있다.
미술계는 '기업 인맥'이 움직인다?
홍라희 前 리움관장·김선정씨 등 가족·재계 친구들과 활발한 활동
18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미술전문 월간지 아트프라이스의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인물'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로 뽑혔다.
하지만 미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계의 안주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동생 홍라영씨는 현재 리움 총괄부관장을 맡고 있다. 홍 전 관장의 남동생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와 그 부인 신연균씨도 미술에 조예가 깊다. 특히 신씨는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이사장으로 한옥문화와 문화재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며느리는 윤장섭 호림박물관 이사장의 손녀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인 김선정씨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탁월한 국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경방의 김담 부사장과 오랜 친구로 영등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에 공공미술품을 설치하는 것을 함께 준비했다. 김씨는 삼청동 몽인아트센터를 운영하는 홍미경 관장과도 절친하다. 홍 관장은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부인이다.
작가 발굴과 육성의 일등공신 미술관으로 꼽히는 금호미술관 박강자 관장은 박인천 금호 창업주의 둘째 딸이자 고(故)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김인숙 성곡미술관 관장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의 장녀이고 김석원 쌍용 명예회장의 손위 누이다.
문화 후원을 펼치고 있는 양현재단을 이끄는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은 남편이 고 조수호 회장이다. 부친은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이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외삼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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