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아니면 안 사" 아파트 매매 양극화 심화

주택 거래량 회복세 불구
불확실한 집값상승 전망에 투자가치 높은 곳에만 몰려
인근 단지라도 시세차 뚜렷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심모(38)씨는 인근 주공5단지의 76㎡(이하 전용면적) 매물을 사려다가 마음을 접었다.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당초 계획했던 예산을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 금액이면 주변 다른 아파트 매입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썩 내키는 곳이 없었다. 심씨는 "잠실지역에서 주공5단지 외에는 딱히 투자가치가 뛰어난 아파트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어중간한 아파트를 사느니 그냥 전세로 눌러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택 거래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A급으로 불리는 일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집값상승 기대감이 낮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투자가치가 확실해 보이는 아파트에만 쏠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거래 시장에서 '대체 투자'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집값상승 기대감이 높았던 과거에는 A급 아파트의 매물이 없을 경우 동반상승을 기대하고 인근 B급 아파트를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소비패턴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잠실동 88공인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입지가 좋은 '지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도 특정 '단지'를 찾는 등 투자조건이 더욱 깐깐해졌다"며 "확실하게 A급이라고 평가 받는 아파트인 경우만 매매에 관심을 두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전세에 사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의 경우 투자 수요가 많은 탓에 개별 입지와 사업속도에 따라 거래 양극화가 뚜렷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한신5차'의 경우 재건축 완료시 30평형대 전 가구에서 한강조망권이 확보되는 장점이 있는데다 사업추진이 원활해 잠원동 일대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하다. 반면 인근 신반포 한신7차나 우성의 경우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한신5차와의 거래량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한신5차(555가구)에서는 33건의 거래가 이뤄져 한신7차·우성을 합친 거래량 21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2012년 한신7차·우성의 거래량(19건)이 한신5차(16건)를 웃돌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재건축이 이뤄진 잠실 일대 아파트에서도 입지와 학군이 좋은 A급 단지로 수요가 몰리며 매매가격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리센츠 84㎡의 매매가는 2008년 입주 당시 9억1,500만원이었지만 2014년 1월 현재 9억3,500만원으로 2,000만원 가량 올랐다. 반면 2006년 입주 시 10억5,750만원이던 레이크팰리스 84㎡는 현재 9억1,500만원으로 오히려 1억4,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박준 잠실박사공인 대표는 "리센츠는 지하철2호선 신천역에 맞닿아 있고 단지 내에 초·중·고등학교가 다 있는 반면, 레이크팰리스는 역과 다소 거리가 있고 단지 내에 초등학교밖에 없다 보니 매수세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이외에서도 일부 아파트가 수요를 독식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84㎡는 입주 1년 만에 매매가가 7,000만원이나 뛰었다. 이는 아직 6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옥수동 일대 다른 아파트와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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