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FTA 타결] 한국산 공산품 7년내 관세 철폐… 세탁기 등은 즉시 적용

농기계·농부자재 등도 혜택… 국내 중기 수출 증가 예상
199개 농산물 양허제외 불구
쇠고기 등 15년내 관세 사라져 농어가 지원금 수천억 더 들듯

박근혜(오른쪽)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세션1(경제성장 강화 및 일자리 창출)에 참석해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국은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브리즈번=연합뉴스


한국·뉴질랜드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전격 타결되면서 우리나라 공산품 수출이 날개를 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516달러로 우리나라(2만5,975달러)보다 높은 구매력을 가진 중견 선진국이다. 우리나라와의 교역 규모는 44번째에 불과하지만 매년 8%씩 무역액이 증가하고 있어 양국의 교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뉴질랜드 수입 시장에서 8위(4.5%) 교역국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16.4%)과 호주(12.1%), 미국(11.7%), 일본(6.5%), 독일(4.9%)보다 비중이 낮다. 하지만 이번 FTA로 인한 관세장벽이 사라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뉴질랜드 공산품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중국·미국·일본·독일 등의 점유율을 뺏어올 여력이 커진다.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하는 뉴질랜드가 이번 FTA로 한국산 공산품을 7년 안에 100% 관세를 철폐하기로 해 관련 기업의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원유와 승용차는 이미 무관세(0%) 품목이지만 기존에 관세를 적용 받던 자동차 부품(5%)과 타이어(5~12.5%), 버스 등 화물차(0~5%), 세탁기(5%) 등도 혜택을 받는다.

뉴질랜드는 FTA 발효 즉시 우리 승용차, 버스·화물차용 타이어와 세탁기에 관세를 철폐하고 3년 내에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여과기와 안전벨트·제동장치 등 자동차 부품, 냉장고·화물자동차도 관세가 없앤다. 특히 승용차에 이어 버스와 트럭 등 화물자동차의 관세(0~5%)도 3년 내에 사라져 태국과 뉴질랜드의 경제동반자강화협정(CEP)으로 뉴질랜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태국 생산 일본 차와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농기계와 농부자재, 식품가공·포장기계 등도 관세 철폐 대상에 들어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농축산품 등은 뉴질랜드에 유리하게 협상이 타결돼 국내 농축산업 분야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쌀과 고추·인삼·마늘·사과·배·포도 등 199개 품목이 양허 제외 대상에 들어갔지만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던 쇠고기와 낙농품 시장은 열어줬다. 쇠고기는 15년 내에 우리가 관세를 철폐하기로 해 국내 소 사육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국 1위 호주와 2위 미국에 이어 3위 뉴질랜드도 FTA로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오는 낙농품(관세율 8~176%)에 대한 관세도 7~12년 내에 철폐돼 국내 낙농 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 과일주스와 맥주·딸기·커피·물이 7년 내 관세가 사라지고 요구르트와 필터담배·감자·오이·어류(황다랑어·조기·고등어·민어·대구)가 15년 안에 관세가 철폐된다.

이에 따라 영연방(호주·캐나다·뉴질랜드) 3개국 FTA로 인한 농가 피해보상금 규모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9월 오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호주·캐나다와의 FTA로 인한 농가 피해 예상금액(2조1,329억원)에 준하는 2조1,000억원 규모의 농가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지만 뉴질랜드 FTA로 피해지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조1,000억원은 영연방 3개국 가운데 호주·캐나다와의 FTA 피해금액만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뉴질랜드 FTA로 인한 피해 규모가 산출되면 지원액은 수천억원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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