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도시바의 이번 협력은 위탁생산(파운드리)을 강화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와 비메모리 사업을 구조조정하려는 도시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번 협력으로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또 협력 범위 확대 여부에 따라서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질서 재편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모리 D램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도시바는 후발주자로 뒤처져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도시바가 2위로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삼성과 도시바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 이번 협력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퀄컴과 자일링스 등에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도시바까지 가세하게 된 것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에서 제품을 의뢰 받아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190억달러에서 올해와 내년에 각각 220억달러와 280억달러, 오는 2012년 32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TSMC와 UMC가 이 분야 1, 2위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도시바의 비메모리 파운드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대만의 주요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관심은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협력이 앞으로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메모리 파운드리 분야에서 메모리 등 다른 분야로 협력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10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도시바ㆍ인텔과 공동으로 반도체 공정 제조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핵심은 차세대 기술인 10나노급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사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도시바와의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오고 있다. 2007년에는 퓨전 메모리인 원낸드와 플렉서 원낸드 부문에서 도시바에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결국 이번 비메모리 파운드리 협력도 이 같은 양사 간의 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에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반도체 2위와 3위 기업인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