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 현대자동차, 미국 판매방식 할부서 리스로

현대차, 엔저 업은 일본차에 오토금융 맞불… 글로벌 판매전략 통했다


리스, 중장기 고객유치 효과적이고 중고차 판매와 선순환 구조 장점

벤츠·BMW 등 리스 비중 높아 향후 시장확대 여지도 많아

적절한 파이낸싱 전략 힘입어 리스+할부수익도 해마다 늘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미국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더 높이거나 파이낸싱과 리스를 강화해 일본 업체들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도요타나 혼다 같은 일본 기업에 오토금융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정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도 자동차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업체의 자동차 판매 경쟁은 자동차 금융 전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무리 좋은 차가 있어도 적절한 파이낸싱이 더해지지 않으면 판매를 늘릴 수 없는 탓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리스판매를 강화해 할부보다 리스수익이 많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할부는 한번 차를 팔면 끝이지만 리스는 중장기 거래 고객을 유치하게 된다는 장점이 크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경우 할부이용 고객이 약 60%로 리스고객(25%)보다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리스 수익이 할부 수익을 앞질렀다는 것은 현대차가 리스시장 공략 및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리스수익이 늘었다고 할부 수익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올 1·4분기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할부와 리스수익 합은 2억8,356만달러(약 3,086억원)로 지난해의 2억4,987만달러, 2013년의 2억2,055만달러 대비 계속 증가세다.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자동차의 품질뿐만 아니라 판매방식에서도 글로벌에 올라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JD파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고급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가운데 리스 비중이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요타나 혼다 같은 일본 업체들도 20%대 현대·기아차보다 많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향후 리스판매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셈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리스영업을 강화하고 있고 리스가 끝난 중고차에 대한 관리를 잘해 이를 다시 중고차 시장에 판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의 현대차의 중고차 가격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리스시장 공략을 바탕으로 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1월 미국에서 4만4,505대를 팔아 전년 대비 1.1% 성장하는 데 그쳤던 현대차는 2월 들어 7.1%, 3월에는 12%나 판매가 늘었다. 4월에는 2.9%로 낮아졌지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미국 방문 이후 미국 판매에 고삐를 쥐고 있다.

현대차는 리스판매를 더 확대해 중고차 시장에서의 현대차의 위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리스는 할부보다 고도화된 상품이다. 판매사 입장에서 할부는 이자만 받는 구조지만 리스는 3년마다 새 차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보통 계약기간인 3년이 지나면 새 차로 갈아타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판매사는 리스가 끝난 차는 다시 중고차로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한번 쓰면 잘 바꾸지 않는 것처럼 한번 리스시장에 들어온 고객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갈아타지 않는다"며 "계약기간 3년간 내던 돈을 똑같이 내더라도 새 차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장기고객을 유치하는 데 좋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 들어 일본차와의 경쟁을 위해 무이자 할부와 파격적인 리스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선전하고 있다"며 "리스수익이 할부수익보다 많아졌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판매 및 수익구조가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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