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은 총재 "집값 상승세 경계해야"

금융위기 이후 첫 우려 표명
"하반기 성장세 미약" 기준금리 2.0% 동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하강세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하반기 성장은 미약할 것이라며 내년쯤 가야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현재의 2.0%로 5개월째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금융동향에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상당히 큰 점이 눈에 띈다”며 “한달에 3조원 이상의 증가세는 규모가 크다”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3개월 동안 수도권 일부 지역이지만 주택매매 가격이나 전세 가격 등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연결해볼 때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밝힌 것은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다가 많이 떨어졌는데 우리나라는 별로 안 떨어졌다”고 지적한 뒤 “일부 지역에서 거품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경계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어쨌든 주택가격 상승에 정책당국으로서는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며 재차 집값억제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전망과 관련, 이 총재는 “그동안의 하강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아직 활발하지는 못한 상태”라며 “올 하반기 성장은 하겠지만 매우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ㆍ4분기에는 1ㆍ4분기에 비해 높은 성장을 한 것 같은데 이는 재정 확대지출 등 일과성 요인이 많았기 때문이어서 하반기에 높은 성장을 이끌 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ㆍ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2%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염려 섞인 전망이다. 이 총재는 “내년쯤 선진국을 포함해 전세계 경제가 조금 성장세로 돌아서지 않겠냐고 보기 때문에 우리 경제도 내년쯤이면 상황이 더 좋아지겠지만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따라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데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게 옳다”면서 “당분간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