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를 준 제약회사는 물론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지난 2010년 말에 도입됐지만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 합동 전담수사반과 경찰에 적발된 두 대형 제약회사가 뿌린 검은 돈만 해도 각각 48억원, 45억원이다. 리베이트 규모가 연간 2조원(공정거래위원회 추정)에 이르고 쌍벌제 시행 이후 적발된 의사ㆍ약사가 6,400명이라는 점은 리베이트 관행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지를 말해준다. 정부가 신약 연구개발과 해외진출을 중점 지원하기로 한 43개 혁신형 제약기업마저 상당수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어 무더기 인증 취소 사태가 예상될 정도다.
현상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검찰이 보건복지부에 처벌해달라고 통보한 의사 3,134명(활동 중인 의사 8만5,600여명의 4%) 중 2~12개월의 면허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은 사람이 172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솜방망이 처벌의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위반횟수에 따른 가중처분 규정도 없다.
다행히 복지부가 지난해 7월 입법예고한 약사법ㆍ의료기기법 시행규칙과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이 최근에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3월께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적발된 의사 등의 면허정지 기간이 늘어나고 2회 이상 적발 땐 가중처분된다. 제약회사의 판매업무 정지기간이 길어진다. 300만원 미만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등에 대한 처분기준은 당초에는 없었지만 규제개혁위 심의과정에서 추가됐다.
하지만 이 정도로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면허ㆍ판매정지 기간을 늘리고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하거나 보험약값 대폭 삭감, 리베이트로 얻은 경제적 이익 몰수ㆍ추징, 세무조사 강화 같은 제재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는 과잉진료ㆍ처방과 약값 부풀리기로 국민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범죄이며 탈세의 온상이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하고 실질적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