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시장도 대혼란

원·달러 환율 930원대 부근 까지 치솟아
엔캐리 청산에 원·엔 환율 850원대로 급등
채권시장선 금리 열흘째 올라 6년만에 최고


주가 폭락세와 맞물려 채권ㆍ외환시장도 대혼란에 빠졌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감이 다시 증폭되고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가속화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930원 부근까지 급등했고 원ㆍ엔 환율은 1년6개월 만에 850원대로 치솟았다. 또한 시중 자금수급이 깨진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열흘 연속 오르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외화자금조달 창구인 외환스와프시장은 달러를 구하지 못해 공황상태를 연출했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6원70전 급등한 928원9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9월18일(930원70전) 이후 두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월 말 장중 900원대가 깨지기도 했던 환율이 이달 들어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국내외 주가급락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6조5,000억원어치가량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주식매각 대금을 달러화로 환전해 나가면서 달러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 특히 현ㆍ선물환 간 격차인 스와프 포인트가 신용경색과 외화차입 규제 등의 여파로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는 등 단기 외화자금시장 경색과 외환 스와프 시장 불안이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주가 하락과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이 지속돼 원ㆍ달러 환율도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달러화 약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수출 호조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신용경색 우려 등으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여 930원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890~940원의 박스권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다음달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91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엔화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으로 초강세를 나타내 원ㆍ엔 환율은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날 원ㆍ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16원9전 급등한 851원42전을 기록하며 지난해 5월19일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850원대로 상승했다. 채권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대외발 악재 속에 은행권의 자금부족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및 은행채 발행 등 공급물량이 넘치는 반면 수요는 사라지면서 금리가 지난주 초부터 연일 속등하고 있다. 91일물 CD 금리는 전날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5.48%로 거침없는 상승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2001년 7월5일(5.5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0.10%포인트 급등한 5.65%, 5.71%, 회사채 3년물은 0.12%포인트 뛴 6.29%를 나타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금사정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CD를 발행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오름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