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위험하고, 핵심 부품과 소재 기반이 취약한 생산시스템은 국제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고부가 핵심부품과 소재를 국산화해 수입대체에 나서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중소기업들이 묵묵히 생산현장을 지키고 있다. 부품소재통합연구단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우수 부품소재기업을 소개한다.
고려진공(대표 황인기ㆍ사진)는 극한기술을 이용한 부품과 완성품을 국산화해 수입대체에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초저온, 초고온, 초저압, 초고압 등 극한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부품을 생산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공급하는 한편 극한기술이 선진화되어 있는 일본과 스웨덴 기업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최근 신소재, 나노, 바이오 기술 등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분야가 급성장함에 따라 일반상황이 아닌 극한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부품과 생산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고려진공은 이에 필요한 부품을 반도체, 다이아몬드, 전자 회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고려진공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훈재 박사와 함께 초고압 CIP(Cold Isostatic Press) 시스템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용기에 분말을 넣고 3,000~4,000bar의 초고압으로 성형시키는 것으로 보통 세라믹 분말성형에 사용되며 금속판 과 금속분말 성형 등에도 응용된다. 최근에는 칩 부품과 LCD, PDF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생산설비인 CIP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극한상황 생산장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은 고려진공을 제외하고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고려진공 제품은 품질면에서 외국 경쟁업체와 비교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가격은 오히려 55% 가량 저렴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고베스틸, IHI와 스웨덴의 ABB, EPSI 등과 경쟁하고 있고 현재 국내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황 사장은 “초고압 기술로 분말성형 및 박판미세 성형, 나노분말 성형, 식품고압 처리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거의 수입한 부품장비를 국산화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3년내에 내수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려 국내 극한기술의 자존심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CIP를 비롯해 생산기술연구원 주조기술팀과 함께 진공연속주조로를 개발해 올해부터 공급중이다. 동합금, 알루미늄합금에 사용되는 이 제품은 에너지절감 효과가 높고 원가절감을 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려진공은 용접형 벨로우즈, 나노제품, 진공로 등 극한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부품과 완성품도 개발하거나 완료한 상태이다.
고려진공은 지난해 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화장품, 반도체 회사들로부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70억원의 매출은 무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