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이 『부산공장이 결국 임자를 만나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일축하면서 『부산공장의 주인은 바뀌더라도 결코 공장이 폐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부산시민들에게 선사했기 때문이다.채권단 역시 공장매각과 관련 「조기매각」 원칙을 세워놓고 가급적 재가동 기간에 매각이 성사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부산공장의 향후 진로에 대해 궁금증은 더룩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차 재가동 왜 나왔나=삼성차 재가동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최근 밑바닥까지 떨어진 부산의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히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빅딜발표이후 공장이 1년가까이 멈춰서고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민심이 나빠지자 부산의 시민단체들은 삼성차 팔아주기운동을 벌이겠다며 공장을 먼저 가동할 것을 주장하면서 정부를 압박해왔다.
특히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15일 부산공장에 들러 『이렇게 엄청난 공장을 사실상 폐쇄한 것은 김대중대통령의 가장 큰 실정 중의 하나』라고 金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도 한몫을 했다.
재가동을 주장해온 채권단의 입장도 다분히 반영됐다.
그동안 채권단은 『현재 보유 중인 원자재와 부품재고를 활용해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공장매각시 자산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표명해왔다. 현재 8,000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을 가지고 있는데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유지하고 기계의 가치도 보전하는 등 매각시 공장의 가치를 높이는데 유리하다는 주장.
부산공장이 다시 움직이는 상황에서 쉽게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재가동시한을 일단 협력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부품이 소진될 때까지로 못박고 있으나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부품이 떨어졌다고 해서 생산라인을 다시 세우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 유한조(柳漢朝)이사는 『3개월이후 공장 재가동 여부는 전적으로 삼성차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삼성차 향배= 외국자동차회사에 제3자 매각이 가장 유력하다. 일부에서 삼성이 다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다거나 대우차를 인수하는 역빅딜설이 나돌고 있지만 설득력이 희박하다.
현재 삼성차 인수에 나서고 있는 업체로는 GM, 르노, 닛산자동차 등이 있다. GM이 대우와 쌍용, 삼성차를 한데 묶어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삼성차의 해외매각업무를 국내채권은행단으로부터 위탁받은 한 유럽계 은행을 통해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차는 빚을 모두 탕감한다고 해도 경제성이 없는 죽은 기업과 마찬가지』라며 『매입의사를 밝힌 외국사는 수두룩하지만 원매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삼성차 부산공장의 가격이 1조원이상을 상회하고 있지만 비슷한 규모의 현대 아산공장의 건설가격이 6,000억원에 불과한 점에 미뤄볼때 매각자체가 쉽지 않다.
◇역빅딜 가능성은=최근 삼성이 GM과 삼성자동차 매각협상을 진행하면서 일정한 지분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삼성이 자동차에 다시 진출한다는 역빅딜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이 대우차를 해외업체와 공동인수한뒤 삼성차·대우차를 한데 묶어 재진출한다는 각본이다.
이에 대해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이 그룹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매각대금을 제대로 받기 위한 협상에서 지분 전량 인수에 부담을 느끼는 협상파트너의 입장을 감안해 일부 지분을 유지하는 것은 수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삼성은 자동차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숱한 수모를 겪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총수의 개인재산 제공, 경영인에 대한 책임론 대두 등 모든 정황은 삼성이 그동안 애써서 구축해온 이미지를 구기는 방향으로 흘렀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계열사간 자금 지원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설사 자동차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 해도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는 형편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최근『삼성이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다시 자동차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간에 떠도는 삼성대우간 역빅딜설을 일축했다.
연성주 기자SJYON@SED.CO.KR
김형기 기자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