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1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기도 장흥군 송추 일원에 150만평 규모의 아트밸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윤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활쏘는 헤라클레스-거장 부르델'전을 찾아 전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서울경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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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는 꿈이고, 제과사업은 꿈을 파는 일입니다. 따라서 감성이 결핍된 제과사업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트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예술과 꿈을 함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64ㆍ사진)이 상기된 표정으로 경기도 장흥군 송추 유원지 인근 500만㎡의 부지중 330만㎡(약 100만평)에 조성할 종합 문화예술 테마파크인 '송추 아트밸리' 청사진을 13일 공개했다. 송추 아트밸리가 들어설 예정지는 장흥아트파크의 70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7배로 여의도 면적의 2분의 1에 육박하는 광활한 땅. 선대회장부터 30년째 갖고 있던 이 곳을 윤회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예술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심했다. 양쪽으로 큰 산이 둘러싸고 그 사이로 계곡이 흐르는 지세로 양쪽에 6km 이상의 예술 산책로가 조성되고 가운데 계곡으로 길이 합쳐지는 구조다.
"주변에서는 이 땅에 골프장을 지으라고도 말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공원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집안이 윤두서(1668~1715)의 후예라 서화에 관심을 갖던 중 최근에 현대미술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윤 회장은 2004년 합병 당시 크라운과 해태 직원들간의 융합을 위해 예술 강좌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 때 강의를 도와준 화가ㆍ조각가들에 대한 답례 취지로 작품을 구입한 게 컬렉션의 시작이 됐다.
이후 2007년 봄 무렵, 윤 회장은 아트밸리의 큰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체 부지 중 서향 50만평은 관람공간, 동향 50만평은 국제 조각전, 계곡 안쪽은 학술공간으로 조성할 생각입니다. 초입 아트샵에는 공연장도 만들거고요. 자연 속 '공해' 격인 모텔을 인수해 예술공간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이미 모텔 3개를 인수했는데 모텔을 개조한 아뜰리에에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해 지금 조각가 5명과 화가 1명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산 속에는 소형 스튜디오를 만들어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에게 제공하고, 전시공간과 야외작업장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조각과 미술이 중심이지만 국악을 포함한 음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성우 배한성씨와 함께 하는 어린이를 위한 구연동화장도 생각중이다. 초입 언덕에서 산 중턱 조각로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장애인도 맘편히 둘러볼 수 있는 산림욕 전시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는 매주 월요일 이곳으로 출근(?)해 조각가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보낸다. 아트밸리가 야외 조각공원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이들의 아이디어와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아트 밸리를 어떻게 하면 잘 꾸밀 수 있을지 작가들의 의견을 듣는 동시에 작품 활동에 대한 애로도 들을 수 있는 자리"라면서 "요즘 어린이들은 3D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기에 조각과 공간연출이 중요한 만큼 조각 육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예술에 대한 애정을 독점하지 않고 직원들과 공유하는 중이다. 본사 500명 임직원은 주말이면 소그룹으로 나눠 가족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작품도 만들어 보고 예술공원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 제공에도 적극적이다. 아트밸리 아트샵 앞 해태상과 소는 조각가 한진섭의 석조 작품에 윤 회장과 임직원들이 채색한 '공동작품'이다.
윤 회장은 "최근에 AQ(Artistic Quotient) 즉, 예술가적 지수를 고안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이 수치가 높은 직원이 좋은 과자를 만들 수 있고 고객들에게 꿈을 담은 과자를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5~19일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리는 '서울오픈아트페어' 운영위원장 직책까지 맡아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과 예술의 교류에 나서고 있다.
송추아트밸리의 청사진에 대해 묻자 윤회장은 차분하게 답했다.
"소박하게 시작해 화가와 음악인, 문인들이 찾아드는 예술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예술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들과 후원자도 자리를 함께 할 수도 있을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