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풀린 돈을 경제 미세혈관(중소기업)까지 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하는 시중은행들은 돈줄을 죄고 있다.
한은은 2·4분기 은행의 중기 대출태도지수가 3포인트로 전 분기보다 3포인트 감소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012년 4·4분기(0포인트)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다. 지수는 한은이 16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0포인트를 웃돌수록 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다. 조성민 한은 은행분석팀 과장은 "은행이 일부 취약업종 중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전 분기에 비해 대출 완화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는 돈을 열심히 풀어도 정작 자금이 필요한 중기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강하게 질타해왔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며 신성장산업에 대출을 꺼리고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도 풀린 유동성이 중기까지 닿는 연결고리가 헐겁다며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불과 8개월 새 8조원 증액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시중은행을 경유해 중기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은행들은 좀처럼 중기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실제 중기의 자금수요는 고공행진 중이다. 은행 대출수요지수는 2·4분기 28포인트로 1·4분기(31포인트)에 비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점인 0포인트를 훨씬 웃돌았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에는 더욱 호의적이고 자금 수요도 강해 가계부채는 2·4분기에도 급증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의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2·4분기 19포인트로 전월보다 6포인트 급등했다. 가계의 주택자금 대출수요도 2·4분기 28포인트를 기록했다. 전 분기와 같았지만 기준점을 크게 상회했다. 2002년 통계 작성 후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은행 여신담당자들이 바라보는 가계의 신용위험은 줄었다. 금융당국이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이 크게 작용했다.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16포인트로 1·4분기에 비해 3포인트 줄었다. 2012년 1·4분기(9포인트) 이후 2년 3개월 내 가장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