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HD방송 시대 개막 …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국내 케이블TV 업계가 10일 고화질(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영상과 생생한 음질을 제공하는 초고화질(UHD) 방송 상용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공동출자 회사인 홈초이스를 통해 UHD 전용채널 유맥스를 설립, 상용 서비스에 돌입한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한 위성방송도 다음달부터 전용채널을 만들어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며 지상파들도 최근 들어 시험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방송 서비스인 UHD 방송은 각국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UHD TV 시장 확대를 통한 전후방 연관산업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160만대 수준에 그쳤던 글로벌 UHD TV 시장 규모가 올해는 1,200만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는 지난해의 30억달러에서 올해는 127억달러 수준으로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방송기술 확보와 시장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상용 서비스에 성공했다는 것은 시장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UHD 방송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걸음마단계인 만큼 각국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 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콘텐츠 확보다. 볼거리가 많아야 시장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나 TV 제조업체 차원에서 콘텐츠 보강에 나서고 있다지만 아직은 열악한 상태다. 국내 케이블TV 업계가 확보하고 있는 UHD 콘텐츠조차 고작 100시간 분량에 불과하다. 막상 서비스에 들어가도 재방송 위주의 방송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나마 대부분이 해외 제작물이라고 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많은 200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해외구매 비율은 여전히 45%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업계가 판만 깔아주고 콘텐츠를 장악한 해외 방송사의 배만 불리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장비 국산화도 시급하다.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방송장비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 역시 실속은 해외 제조업체가 차릴 게 뻔하다. 우리나라가 UHD 방송시장을 제대로 리드하려면 무엇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사와 가전 제조업체, 관련 연구소의 생태계를 만들어 UHD 방송을 준비해나가는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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