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따른 세계 유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달 이라크 공격 개시 임박설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40달러를 넘나들 무렵만 해도 `제3의 오일 쇼크`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증폭됐다.
과거 걸프전 당시보다 현재 미국, 한국, 중국 등 주요국들의 석유 소비량이 증대된 데다 원유 비축량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전쟁 개시 직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했다.
심지어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유전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면서 유가가 80~100달러까지 이를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후 통첩`이후 사실상 전쟁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하게 되면서 정작 유가는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후 통첩이 전해진 18일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하루 무려 3달러26센트가 폭락했으며 브렌트유도 런던 석유거래소에서 지난 2001년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격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세계에너지기구(IEA)가 전쟁이 발발할 경우 각 회원국들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밝혀 단기적인 수급 불안 심리를 잠재운 것도 유가 안정세를 도왔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당초 미국과의 약속대로 원유 수급 불안을 막기위해 대규모 증산에 나서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수급 개선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 말까지 하루 평균 940만 배럴까지 산유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낙관론대로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경우 지구상 마지막 남은 `석유의 보고` 이라크의 원유가 시장에 정상적으로 공급되면 장기적으로 전세계 원유시장은 안정을 되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는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유의 질이 우수하고 채굴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전쟁이후 이라크의 원유생산이 단시일내에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석유 수요 증가세 둔화와 러시아를 비롯한 비 OPEC 산유국의 생산 증가로 국제유가는 하락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측이다.
이들은 전쟁 수행 기간동안 원유 수급 불안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올해 말까지 원유가격은 2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라크전의 진행 양상과 특히 이라크의 대응방식에 따라 유가의 움직임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는 이와 관련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이라크가 자국의 유전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의 단기(30일)전망치를 배럴당 41달러에서 46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 세이크 자키야마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은 전쟁 발발후 주요 석유소비국들의 대응이 늦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