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의사들이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다. 또 사우디 보건소와 공공병원에는 우리나라의 의료 정보기술(IT) 시스템이 구축된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미국의 도움으로 의술을 익혀온 우리나라가 이제는 의료기술 수출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진영 복지부 장관과 압둘라 알라비아 사우디 보건부 장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사우디 보건의료협력 합의의사록'에 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양국은 사우디 보건부가 법률 검토를 마치는 대로 2개월 안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행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사우디 의료진은 한국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를 받는다. 전문의를 대상으로 하는 최소 2년 이상의 펠로어십 과정과 최신 의료시술 훈련을 위한 1개월~1년 이하 단기 연수프로그램 2개 과정이 운영되며 연수 비용(의사 1명당 1개월 3,000달러)은 사우디 보건부가 부담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한국 원조프로그램인 '미네소타프로젝트'의 도움으로 1955년부터 1961년까지 7년간 의료인 285명이 미국으로 건너가 의술을 배워야 했지만 반세기 만에 의술 수출국으로 거듭나게 됐다.
또 사우디 정부는 국가차원의 보건의료 정보화 사업 가운데 이미 발주가 된 사업을 제외한 혈액관리와 원격진료 등 나머지 모든 사업을 한국에 맡기기로 했다. 3,000여개에 달하는 사우디 내 전체 보건소와 3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는 240개 사우디 공공병원 가운데 1개 권역의 병원정보시스템 구축도 우리가 맡는다.
사우디 현지 병원에 국내 의료기술과 체계를 그대로 옮기는 '쌍둥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성서울병원의 뇌조직은행은 사우디 킹파드왕립병원에도 설치된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의료 IT 구축과 의사 연수, 의료기술 이전으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생산유발 효과는 2조1,674억원(의료 IT 부문 1조7,676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2,200억원에 달하고 1만3,000여개의 일자리도 생겨날 것으로 분석했다. 부가가치 규모는 현대차 쏘나타 4만4,000대를 수출하거나 외국인 관광객 71만명을 유치한 것과 맞먹는다.
진 장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산업을 앞으로 5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