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정치권 및 대장성의 압력에 굴복, 향후 2년간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키로 정책방침을 변경하고 말았다. 이는 사실상 일본의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엔화도 당분간 약세기조로 돌아설 전망이다.실제로 엔화는 지난 5일 뉴욕시장에서 전일보다 1.93엔이나 급락한 달러당 106.04엔에 거래되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은행과 대장성은 지난 주말 긴급회의를 갖고 대장성 자금운용부가 보유중인 국채를 향후 2년간에 걸쳐 일본은행이 매입해주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대장성이 국채를 일정기간 후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양측은 또 『금융시장 급변 등 필요한 경우 긴밀히 협조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는 방침까지 발표, 추가적인 시장안정대책이 제시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본의 정치권 등에서는 그동안 엔화가치 및 금리 안정을 위해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를 강력히 주장해왔으며, 이를 위해 국채를 매입해줄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국채 인수가 중앙은행 본연의 자세에 어긋난다면서 이같은 압력을 완강히 거부해왔다.
더욱이 일부 언론은 집권 자민당이 이번주 발표될 경기 부양책에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까지 포함시킬 것 보도했다. 자민당은 현재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15조엔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중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한편 중앙은행이 앞으로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 추가적인 양보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책에 자금을 쏟아붓느라 채권을 대량으로 발행, 심각한 자금 압박에 몰려 있으며 이로 인해 조만간 보유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져왔다.
따라서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는 국채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런던의 도쿄-미쓰비시 인터내셔널의 이코노미스트인 브렌던 브라운은 『이번 조치는 외환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완화라는 선물을 건네준 만큼 미국도 엔화 약세를 위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범 기자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