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특급호텔 예식장들이 꽃장식ㆍ무대연출ㆍ와인 등을 '끼워팔기'해 이익을 취해온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호텔은 공정위의 자진시정요구에 따라 끼워팔기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1일 공정위가 공개한 '서울시내 특1급 호텔 20곳의 예식상품 판매 관행 조사'를 보면 12개 호텔은 꽃장식을 필수항목으로 지정하고 외부 반입을 금지해 사실상 끼워팔기를 해왔다. 꽃장식은 웨딩상품 가운데 가장 비싼 항목으로 쉐라톤워커힐호텔의 경우 2,000만원이 넘었으며 대부분 400만~500만원을 호가했다.
20개 호텔 평균 꽃장식 가격은 710만원에 달했다. 나머지 8개 호텔도 고객 희망시 꽃장식을 제외하거나 외부업체 반입을 허용했지만 실제 선택에서 제외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명목상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실제 판매 과정에서는 고객 상담시 꽃장식을 함께 구입하도록 유도했다는 얘기다.
이들 호텔은 공정위의 요구에 따라 꽃장식의 외부 반입을 허용하고 꽃장식 공급업체를 추가해 소비자에게 복수의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정할 방침이다. 다만 직영 꽃집을 운영하는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상품 종류를 세분화해 선택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공정위는 와인 등 음료와 주류도 꽃장식과 마찬가지로 외부 반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조사 대상 호텔 가운데 와인을 가장 비싸게 판매하는 곳은 그랜드하얏트서울로 1병당 9만7,000원에 달했으며 파크하얏트서울(8만8,000원), 웨스틴조선호텔(8만5,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개 업체 평균 가격은 6만7,000원이었다. 예식장 식사비의 최저한도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대관료를 면제하는 관행도 사라진다. 조사 대상 호텔 20곳 중 절반인 10곳은 실제 예식 참석인원과 관계없이 최소 400명 이상의 식사비를 무조건 지불하는 대가로 대관료를 청구하지 않는 방식을 택해왔는데 이 역시 사실상의 끼워팔기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대관료를 반드시 견적서에 표시하도록 하되 식음료 등 이용금액에 따라 면제ㆍ할인해주는 것은 허용했다. 20개 호텔이 평균 식사비는 1인당 8만7,000원이었으며 신라호텔이 13만4,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그랜드하얏트서울(11만5,000원),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타스(11만원), 쉐라톤그랜드워커힐(10만9,000원) 등도 10만원이 넘었다.
이 밖에 공정위는 무대연출을 필수항목으로 지정해 사실상 끼워팔기하는 관행도 시정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수의 고급 예식홀 존재, 소비자의 충분한 사전 선택 기회, 패키지 예식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 등을 고려할 때 법적 제재보다는 자율개선을 유도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행정지도를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