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인질들 앞날은…

남성들 억류한채 장기화 가능성
"국제사회 비판 피하려 아픈 여성 2명 석방"
탈레반, 수감자 석방요구 철회안해 험로 예고
일부세력 몸값 요구등 탈레반 내부 마찰 심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 21명 가운데 여성 인질 2명의 우선 석방이 임박한 가운데 남은 인질들의 앞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인질 2명의 석방 문제는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등 2명의 피랍자가 희생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인질 억류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첫번째 이뤄지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13일로 피랍 26일째를 맞는 등 억류사태가 한달 가까이 지났다. 특히 탈레반 측이 지난주 말 한국 정부와의 대면협상을 가진 뒤 우리 정부의 협상 태도를 높이 평가하고 대면협상에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선의의 표시’로 조건 없이 풀어주기로 했다. 탈레반 측은 한국정부와 대면협상을 갖기 전까지만 해도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아프간 정부에 ‘포로’로 잡혀 있는 자신들의 동료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 등 강경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남은 19명의 인질 석방 협상도 비교적 순탄하게 이뤄져 나머지 인질의 무사귀환이 기대된다. 그러나 남은 인질 모두가 풀려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먼저 이번에 석방되는 한국인 인질들은 ‘몸이 아픈’ 여성들이어서 남은 인질 석방의 청신호로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견해가 있다. 몸이 아픈 여성을 장기간 억류하는 것은 탈레반 측에 부담이다. 탈레반 측이 한국인 인질 2명을 살해하고 이슬람 율법에 금기사항으로 여기는 여성 납치ㆍ억류를 자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우선 풀어주는 것일 뿐 남은 인질 석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석방대상은 탈레반 측이 몸이 아픈 여성이라고 분명히 밝힌 만큼 척추질환을 앓아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지나(32)씨와 건강 이상설이 나온 유정화(39)ㆍ이선영(37)씨 가운데 2명일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 측이 아직까지 한국인 인질 석방 조건에서 동료 수감자 석방요구를 철회했다는 분명한 언급이 없는 점도 남은 인질 석방협상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탈레반 측은 그동안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석방대상 동료 수감자 명단을 아프간 정부에 제시하고 이들 수감자가 풀려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누구도 석방할 수 없고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석방협상이 원만하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줄곧 위협했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의 키를 쥐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 탈레반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이들과 어떤 거래나 협상도 하지 않겠다며 탈레반의 요구를 정면 거절했고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결국 탈레반 측이 동료 수감자 석방요구를 고집하고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입장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남은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이지만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 아프간 법률에 저촉되지 않도록 탈레반 수감자 중 재판절차나 형기를 마친 수감자들을 한국인 인질들과 맞교환하는 방안이 검토되면 남은 인질 석방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탈레반 내부의 갈등과 이견도 한국인 인질석방을 가로막는 원인이다. 탈레반 내부에서는 동료 수감자 석방대상과 석방조건의 수위 등을 둘러싸고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인 인질 석방에 대한 대가로 동료 수감자 석방 대신 ‘몸값’을 요구하는 세력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11일 밤 여성 인질들의 석방 결정을 내린 후 12일 밤까지도 이행 여부를 놓고 ‘석방결정→보류→석방 불변 재확인→시기연장’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탈레반 내부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협상 채널과 석방조건이 다양하고 복잡할 경우 한국 정부로는 대응하기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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