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을 퇴출시키겠다"고 말한 후 공직사회 내에서 문책성 개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공직자들은 사고발생의 원인(遠因)을 제공했고 더군다나 수습·대처과정에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는커녕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사고수습 후라는 전제가 달렸지만 민심수습 차원에서 개각 등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우리도 동의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각 수준의 전면개각이나 아니면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각이 국면전환용에 그치거나 사회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단순히 장관 몇 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끝난다면 이는 안 하니만 못한 일이 되고 만다. 이번 세월호 사태는 어린 학생 등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고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고발생과 구조 과정에서 사회의 모든 부분이 문제를 드러내거나 심지어 작동불능인 상태까지 경험해야 했다. 모두가 목격했듯이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문제, 즉 사회적 실패라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전혀 걸맞지 않은 법과 원칙, 직업윤리, 의식수준 등 소프트웨어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각을 단행하겠다면 단순히 인적 교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 특히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 개편이 동반돼야 개각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공직사회와 관료제에 대한 일대개혁을 통해 사회 전반으로 시스템 전환이 확산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수년이 걸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고의 원인과 책임규명, 재난 대응책 도입 등 국가 시스템 전반을 고쳐나간다. 민간 부문도 이번 시스템 개혁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