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기업인들에게 “개혁의 목표는 달성하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테니 (기업인들은)불안해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업의 투명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재벌 개혁을 예정대로 추진하되, 조세정책 등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서라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노당선자는 특히 임기 내내 조세 저항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세정개혁을 단행, 세원을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노당선자는 최근 재벌개혁 3대 과제와 관련한 재계의 불안감을 의식, “인수위는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선택 가능한 대안을 놓고 의견 수렴 후 결정하겠다”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해 시기와 강도를 조절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임기 내 세제개혁= 노당선자의 이날 연설중 핵심은 단연 세제부분의 개혁이었다. 그는 “(취임후 정부 조직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한국의 조세 제도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보겠다”며 “5년 임기 내 끝을 맺겠다는 확신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서 투명한 세제를 만들어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또“모든 사람이 단돈 1,000원이라도 세금을 내는 세제가 되도록 하겠다”며 모든 세원이 다 투명하게 발굴되고, 탈루돼온 음성소득은 철저하게 색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노당선자는 특히 “저항을 무릅쓰고라도 국민의 동의를 받아내고, 합리적인 제도로 재편해나갈 것”이라고 언급, 고강도의 세정 개혁이 단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노당선자의 이 같은 언급은 잘못된 한국적 관행의 대표적 사례인 `부당한 부의 축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노당선자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분배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중소ㆍ영세 기업들, 나아가서는 없는 사람들의 여건을 마련해주겠다는 뜻이다.
◇노동문제, `법과 설득`을 통해 해결= 노당선자는 “법과 원칙을 잘 알고 있다”는 말로 노동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람에 고통을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고, 그래도 안되면 마지막 단계에 가서 법의 잣대를 들이 대야 당하는 사람도 납득할 수 있다”며 “설득과 법이라는 두개의 도구를 항상 적절하고 균형 있게 사용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언급은 무조건적 친 노조 성향을 보이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재벌개혁 방향, 의견 수렴후 결정= 노당선자는 “모든 제도의 개혁은 특정 집단의 입맛에 맞는 개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전제, “개혁의 추진방식, 속도, 폭에 대해서는 기업인과 활발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조성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손길승 신임 전경련 회장과의 면담에서 밝힌 “속도와 수준을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그는 특히 “인수위는 새 정부가 아니다”며 여과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을 경계했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 의견을 포함한 모든 정책방안에 대해 정부 조직을 새로 마련한 후 상의와 토론, 논쟁 등 모든 절차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재계가 갖고 있는 신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의식하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신정부의 경제정책 골자가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할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경제특구는 지역거점 형태로 제한적으로 운영할 것= 노 당선자는 “신정부의 동북아 허브국가 구상은 비즈니스, 물류, 금융 등이 주요 고려대상이지만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이 비즈니스 허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특구를 만들지 말고 전국으로 특구의 혜택을 확대하면 훨씬 바람직할 것이라는 조언이 있지만 이는 (특구내의 내외국인 역차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가행정이 가진 역량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거부의사를 시사했다.
그는 이를 위해 특구에 대한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내외국인간의 차별에 대한 지적 등으로 이를 전국단위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