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벤처기업인 KDS(코리아 데이터 시스템즈) 대표가 분식회계로 회사의 경영상태를 부풀린 뒤 금융기관으로부터 3조1,500억여원을 부정 대출 받고 회사자금 3,000억여원을 해외로 빼돌렸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한때 15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매출 기준 재계순위 49위까지 올랐던 KDS는 그러나 부실누적으로 결국 법정관리 끝에 제3자에 매각됐고 KDS의 허위 재무재표를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4,5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특히 KDS사의 주식은 한때 시가총액 3조원까지 뛰었으나 현재 500억원대로 폭락, 많은 개미들이 손해를 봤다. 부산지검 외사부(강인철 부장검사)는 9일 재산 국외도피 등 혐의로 컴퓨터 모니터 제조업체인 KDS 전 회장 고모(49)씨를 구속 기소하고 고씨의 동생(47) 등 회사 관계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회사가 경영난에 시달리자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처럼 속여 지난 97년부터 2001년까지 12개 금융기관으로부터 3조1,487억원을 부정 대출 받은 혐의다. 또 KDS의 미주지역 독점판매권을 가진 회사를 사실상 경영하며 99년부터 외상거래로 컴퓨터 모니터를 수출한 뒤 수출채권을 회수하지 않거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해외지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여 총 2,938억원의 회사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고씨가 부정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은행원이나 공무원 등에게 뒷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벤처기업주가 벤처 붐에 편승해 도덕적 해이에 따른 방만한 경영으로 금융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에까지 큰 손실을 불러온 사례”라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