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6일부터 4일간의 일본 방문 동안 정상회담 과정에서 쌓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구체적 성과를 거뒀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의 총리 사이의 신뢰는 `언제든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이번 방일에 수행한 청와대 보좌진들의 평가다. 반기문 외교보좌관은 이를 `워킹 파트너십(working partnership)`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고이즈미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명` `경의` `친근감` `호감` `솔직` `용기` 등의 표현을 거듭 사용하며 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표했다. 특히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지난 2월 노 대통령의 취임식 회담 때부터 쌓아온 신뢰관계를 강조하며 “개인적 우정과 신뢰관계를 소중히 하면서 공동성명의 실천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 합의
노 대통령은 이러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일본으로부터 이끌어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추가조치, 압력, 엄정한 대처 등의 말과 표현은 모두 평화적 해결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화가 중요하므로 이런 것을 하겠다는 것이며 이런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해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지난 4월 열린 베이징 3자 회담의 후속회담 조기개최에 의견을 같이 해 `대화의 불씨`를 살려놓은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였다.
노 대통령은 한·일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 뿐 아니라 대결과 냉전이 극복되고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비전 실현을 위한 외교적 기반을 다졌다. 이 비전에 대해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나카소네 전 총리는 적극 찬성하며 여러 가지를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양국 경제협력·투자확대 기여
경제분야에서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 스미토모 화학과 해리슨도시바, 미츠도요 등 일본 부품소재 업체는 지난 7일 노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국에 신규 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스미토모 화학의 코사이 회장은 한국회사의 공장 증설에 투자하기로 하고 투자신고서를 윤진식 산자부장관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의 방일에 동행한 경제계 대표들은 지난 8일 일본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모임을 갖고 “동아시아 자유경제권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양국간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과거사 문제와 유사법제 처리 등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나 정치인들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하거나 유감을 표하는 것보다 더 큰 부담을 안겼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과거사 등의 메시지 공식·비공식 전달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일본인들이 세계적인 가치기준에 맞추기를 바란다(닛케이 인터뷰)” “일본이 주변국의 신뢰를 받고 역내 공동번영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공동기자회견)” “이번에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거사 문제가 끝났다거나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동포 간담회)” “답변은 가슴에 묻어두겠다(일본 국민과의 대화)” 등의 일본 도착 시점부터 공식·비공식 발언을 했다.
이는 “미래를 위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명분을 살리면서 `이 문제에 대한 향후 국제사회의 반응은 일본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공을 일본측에 넘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노 대통령의 말대로 `과거사가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64%의 일본국민들을 비난해 `비 들자 마당 쓸라`는 말의 역효과나 저항감을 피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찬일 대신증권 신설동지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