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대폭강화 '95%↑ 사업 타격'

구조안전성 가중치 높이고 비용분석 배점은 낮춰
재건축 추진위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 거센 반발


오는 8월25일부터 재건축아파트 안전진단기준이 대폭 강화돼 안전진단 미통과 단지의 사업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ㆍ용산과, 경기 과천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으면서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기준 강화방안을 조만간 확정, 시행할 방침이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안전진단기준 강화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이달 중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기관 협의 등을 거쳐 고시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기준 개정을 통해 안전진단 평가배점에서 45%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높이고 15%인 비용분석의 가중치를 낮추기로 했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의 기울기 및 침하, 내하력(콘크리트 강도, 철도배근 및 하중상태), 내구성(콘크리트 중성화, 염분함유량 균열, 철근부식, 표면노후화) 등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항목이지만 비용분석은 개ㆍ보수 비용과 재건축 비용을 따져 사업성을 결정하는 것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다만 건축 마감 및 설비노후도(30%), 주거환경(10%)의 가중치는 현 규정을 유지하고 최종 성능점수에 따른 판정기준도 유지보수(56점 이상), 조건부 재건축(31~55점), 재건축(30점)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대규모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서초구 경남ㆍ한신3차, 송파구 잠실5단지ㆍ신천동 장미, 과천시와 광명시의 주공 단지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예비안전진단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강화하면 안전진단 통과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아파트라도 구조안전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앞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의 관계자도 “사업추진 단지 중 95% 이상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들 재건축추진위원회의 반발도 거세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의 첫 단계부터 가로막혀 후속 사업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중층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예비안전진단만 3번째 탈락한 경험이 있어 이번 안전진단 강화로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라며 “어차피 그동안 개발부담금을 비롯한 규제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예비안전진단에서 ‘유지ㆍ보수’ 판정을 받았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이 더 멀어지게 됐다. 아직 재건축 연한은 못 채웠지만 강동구 길동, 명일동 등지의 중층 단지와 서초구 서초ㆍ방배동, 대지지분이 넓다는 이유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양천구 목동 아파트단지 등도 앞으로 재건축사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재건축에 대한 겹겹의 규제로 이제는 아예 재건축을 하기 힘들어질 것 같다”며 “따라서 이들 지역의 집값도 더욱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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