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18.1%였다. 이 수치가 28%에 달했던 지난 2001년 관련 특별조치법까지 만들어가며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해온 결과 사상 처음으로 20% 밑까지 떨어진 것이다. 고질적 병폐로 꼽히던 대일 무역적자도 2010년 243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다 지난해에는 163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소재·부품 무역흑자도 1,07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장 제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 발전으로 산업구조가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연 그렇게 장밋빛일까. 산업 일선에서 전해온 반응은 이와 전혀 달랐다. 휴대폰 부품업체인 U사의 K 대표는 "1년 지날 때마다 매출액이 반씩 줄어들고 있다"며 "삼성 등 우리 대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때 너도나도 생산설비를 확충했는데 휴대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노는 설비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비단 휴대폰 관련 제조업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로 구조조정 목록에 올라 있는 건설·조선·철강 업종 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건설중장비 분야 엔지니어링 업체 D사의 L 대표는 "국내 건설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매출에서 50%를 차지하던 비중이 35%까지 떨어졌고 대기업 납품물량을 제외하면 순수 내수물량은 5%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대기업이 아닌 수출 쪽으로 독자적 판로를 개척해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엔저로 해외 시장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2009년 73개였던 우리 기업의 세계시장 1위 품목은 2012년 64개에 불과하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음에도 우리 제조업 경쟁력은 되레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납품 중심의 산업구조와 겉도는 기술개발 지원정책을 꼽는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내수가 취약해 몇몇 수출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되지 않고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 특정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산업 전반이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등을 통해 직접 해외로 진출하는 이른바 '강소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기술개발 지원정책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투자대비성과지수는 2012년 기준 0.8이다. 우리 제조업체의 직접적 경쟁자인 일본은 2.1, 독일은 1.8에 달한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된 원천기술이 상용화로까지 이어지는 성공사례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 미래시장연구실장은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책은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기보다 정권마다 이벤트성으로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정책 차원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연결고리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