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군 골프면' 초등학교옆 또 골프장

'쌀·도자기의 고장' 여주는 이미 오래전 '골프군'으로 변질

전국적으로 골프장 건설 바람이 불면서 경기도여주는 더는 '쌀과 도자기의 고장'이 아니라 '골프군'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여주군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현재 11개 252홀, 약 420만평 규모이고 앞으로 5개 이상의 골프장 건설 계획이 잡혀있다. 특히 여주군 가남면의 경우 4개 골프장 90홀이 운영 중이고 기존 골프장 2곳이 9홀씩 증축 계획을 잡아놓고 있는데다 2곳도 신설계획이다. 가남면 주민들은 '골프군 골프면'이라고 탄식할 정도다. 이처럼 여주군 가남면에 골프장이 집중 되는 것은 이곳이 완만한 구릉지대인 데다 한강 수계로부터 떨어져 있어 환경영향평가 통과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만나는 가남분기점 부근이다 보니 교통도 편리하다. 골프장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는 물론, 무던한 주민들도 가남면 송림리 송삼초등학교 바로 옆에 9홀짜리 'A골프장'을 짓는다는 계획에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골프장 건설 백지화 전국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골프장의 최종 저류조는 학교 식수원과 불과 56m 떨어져있고, 골프장은 학교 뒤편 언덕 너머에 있어 골프공이 날라올 수 있을 정도다. 이 지역은 과거 돼지농장의 지하수 사용 때문에 지하수가 고갈되고 오염됐던 경험이 있는 곳인 데다 농지마다 관정을 뚫어 겨우 농업용수를 대는 실정이다. 하루 500t 이상의 지하수를 사용하는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토양.수질오염은 물론, 지하수 고갈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적어도 송삼초등학교 학생 60여명은 툭하면 학교 유리창이 골프공에 맞아 깨지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다가도 골프공에 맞고 학교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 마셔야할 형편이다. 학교보건법상 학교정화구역 안에는 술집 등이 들어설 수 없지만 골프장은 체육시설로 분류돼 있어 제한을 받지도 않는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여주군은 지난 16일 주민들과 여주군 교육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골프장의 사업계획서를 경기도청으로 넘겼다. 대책위원회와 여주군민들은 1일 오전 9시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송림리 이장 유용호(57)씨는 "돼지농장 때문에 96년에 지하수를 새로 팠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그마저도 못 마신다"며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골프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는데 그냥 강행하는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A골프장측의 '공사방해' 주장 때문에 재산 가압류까지 당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