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대체로 외국인들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경영권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보유 현금을 늘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구조조정이 미흡한 부실 산업에 속한 기업일수록 현금을 보다 많이 보유하는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기업 현금보유수준의 진단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자본시장이 완전개방된 1999년부터 작년까지 306개 비금융 상장기업들의 현금비율(영업활동현금흐름/매출액)과 외국인지분율을 분석한 결과 두 변수 사이에서 의미있는 정(+)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계화 수석연구원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을수록 현금 보유 수준도 높게 나타났다"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현금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기간 213개 중소기업을 12개 업종으로 구분하고 산업별 부실지수와 현금비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부실지수가 높을수록, 즉 업황이 불투명한 산업일수록 현금보유 수준도 높았다.
부실지수는 영업이익이 적자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의 해당산업내 비중으로 정의됐다.
보고서는 부실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경쟁심화로 미래 수익 창출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투자는 줄이고 보유 현금을 늘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함께 외환위기 전(1991년~1996년) 306개 비금융 상장기업의 현금비율은 매출액 변동성과 무관했지만 외환위기 후(1999년~2004년)에는 정(+)의 관계를 보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매출 등 실적이 불안정할 경우 예비적으로 보유 현금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등 강한 위험회피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의 총 보유 현금 규모는 지난 1997년 17조6천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6조1천억원으로 두 배 이상 수준까지 늘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설비투자는 부진해 1995~1997년 평균 189% 정도였던 투자성향(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비율)은 2002~2004년에 평균 60%까지 하락, 선진7개국(G7)의 같은 기간 평균인 67%에도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