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무렵 아이들과 ‘앤트불리’라는 만화영화를 본 적이 있다. 모처럼 아빠 노릇에 충실하겠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 영화라는 게 다 그렇겠지 뭐”라고 서둘러 예단해버려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갖지 않았었다. 단지 아이들이랑 영화를 같이 봐줬다는 사실에서 스스로 위안을 얻으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철부지 어린 시절, 심심할 때면 개미집을 들여다보다 별 악의 없이 개미집을 쑤셔본 기억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미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 청천벽력이 또 있을까. ‘앤트불리’는 그런 발상에서 출발한다.
개미를 괴롭히던 한 아이가 어느 날 개미로 변한 후 개미세계를 탐험하면서 개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럴 즈음, 거대한 적인 ‘해충박멸 전문가’가 나타나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자 아이는 개미들과 힘을 합쳐 물리치고 개미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이룬다는 해피엔딩이다. 영화에서처럼 인간과 개미와의 관계는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습이 아닐까. 어릴 적 장난 삼아 개미집을 쑤셔본 것처럼 양자간 힘의 불균형에 따른 일방적이고도 불공정한 행위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에서도 적지않게 나타나고 있다.
약자를 괴롭히던 강자가 역지사지(易地思之) 차원에서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삶의 교훈을 얻는 것처럼 우리 대ㆍ중소기업 관계도 이처럼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는 걸까. 그동안 기업과 정부가 함께 발전시켜온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도 영화 속 인간과 개미의 관계처럼 ‘창조적 공존’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를 치르면서 이제는 기업들 스스로가 상생협력을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경영전략이자 ‘문화’로 정착시켜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서로를 배려하면서 경쟁력을 키워 동반 성장하는 세상, 이것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기업의 참모습이 아닐까. 아이들 손목을 잡고 ‘앤트불리’ 상영관에 들어설 때는 “만화영화가 다 그렇겠지 뭐…”라고 생각했지만 극장 문을 나설 때는 영화 속 개미가 주인공 아이에게 건넨 “인간은 이해할 수 없어. 개미는 친구를 혼자 내버려두지는 않는데…”라는 대사를 깊이 되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