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수(53·사진) 법무법인 서로 대표변호사는 2003년부터 만성 통증 소송을 담당해온 전문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름조차 낯선 '통증 소송'을 전문화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의료 소송에 발을 처음으로 들여 놓은 것은 1999년이다.
60대 의뢰인은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과치료를 받았고 이 때문에 고혈압으로 쓰러져 몸의 절반이 마비된 상태였다. 당시 승소를 확신했던 서 대표는 재판에서 뜻밖의 기각 판결을 받았다. 판결 직후 서 대표는 의료소송은 전문성이 없으면 수임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건에 비해 품이 많이 들더라도 전문성을 쌓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서 대표는 의료 소송에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 명의가 있는 반면 실력이 형편없는 의사도 있듯이 의료 소송의 경우 얇은 수준의 지식이나 짧은 경험만 가진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통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증 환자는 통증에 따른 직접적인 장애 외에도 우울증과 수면장애, 사회단절 등으로 고통을 겪는다"면서 "하지만 통증은 주관적인 증상이라며 보상과 배상을 극도로 제한하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많은 보험사들이 환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통증의 정도를 믿을 수 없다'거나 '본인 진술 외에는 증명할 게 없지 않느냐'며 꾀병환자로 취급한다는 게 그의 설명. 더욱이 보험사들은 통증을 입증한 뒤에도 보상을 해주기보다는 '이 사고가 아니라 과거의 다른 사고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며 보상을 피할 방법을 계속 찾아낸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외에 정부기관도 통증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기는 마찬가지. 서 대표는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산업재해로 인한 만성 통증에 대해 현재까지도 부인하고 있다"며 "다른 분야와 달리 통증의 경우 심의위원회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서 대표는 "만성 통증의 증상은 항상 똑 같은 게 아니라 변할 수 있어서 몇 년 후에 재평가해야 한다는 식의 신체감정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이런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환자의 증상을 한시 장해로 판단해 정당한 배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