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타이틀을 향하여


○ 최 철 한 4단 ● 조 훈 현 9단 (2002년 3월7일 한국기원) 제1보(1~15) 최철한이 타이틀전 무대에 처음 올라선 것은 그가 17세가 되던 2002년이었다. 새로 창설된 KT배마스터스 프로기전. 바둑TV와 스포츠투데이가 주최하는 이 기전의 우승상금은 4천5백만원. 1인당 제한시간이 20분에 불과한 속기 기전이면서도 우승상금은 랭킹1위였다. 그 이전까지의 우승상금 1위는 왕위전의 3천2백만원. 최철한이 KT배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작 주목받은 기사는 서능욱9단이었다. 속기의 달인인 서능욱은 이창호와 유창혁을 연파하여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제한시간이 20분이라니. 딱 내 체질에 맞는다. 나를 위해 창설된 기전이다.” 서능욱은 이렇게 말하며 그의 별명인 손오공이 여의봉 휘두르듯 파죽지세로 준결승에 올라섰다. 그의 상대인 여리여리한 소년 최철한쯤은 간단히 돌파할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웬걸. 간단히 돌파당한 쪽은 바로 서능욱이었다. 그 대국 다음날 필자가 서능욱을 만났다. “대형 사고를 치나 했더니 어린애한테 졌네그려. 최철한이가 어떤 점이 강하던가?” “침착성, 대세관, 수읽기의 모든 점에서 탁월해요.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수재의 출현입니다. 완패했어요.” 이렇게 해서 결승3번기는 17세의 최철한과 49세의 조훈현이 다투게 되었다. 3번기의 제1국을 최철한은 흑으로 완패했다. 무려 15집반의 차이였는데 그는 무슨 엄숙한 통과의례라도 치르듯이 묵묵히 공배를 다 메우고 계가까지 했다. 던질 기회를 놓친 탓도 있거니와 초읽기의 기이한 자성(磁性)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랬는데 제2국에서는 정반대로 백을 쥐고 13집반을 이겼다. 전신(戰神) 조훈현을 속수무책으로 주저앉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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