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음장 장기화… 신중론 또 '고개'

유가 상승·인플레 압력 부각에 하락 전망까지
"더블딥 맞게되면 1,100선도 고려해야" 주장도
약세장선 가치주 비중 높이는 투자전략 바람직


게걸음 장세가 장기화되자 신중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는 올 3월 이후 풍성한 유동성과 국내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개선 기대감 등을 배경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가세하면서 코스피지수는 1,400선포인트대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유가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금리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추가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버겁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신중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가치주’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성장주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치주를 내세우며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이틀 연속 선ㆍ현물 동시매도=1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13.27포인트(0.94%) 하락한 1,399.15로 장을 마쳤다. 전일 뉴욕증시의 급락 여파가 고스란히 국내 증시에 전해지면서 5거래일 만에 다시 1,400포인트선을 내주고 말았다. 그동안 증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외국인이 이틀 연속 선ㆍ현물시장에서 동시 순매도에 나서자 수급 상황도 크게 악화됐다. 이날도 외국인은 현물에서 1,789억원의 매도 우위, 선물에서도 1,942계약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외국인의 현물 매도 규모는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지난 4월8일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외국인의 매도 움직임을 놓고 증권가에서는 아직 매도세로 전환했다기보다는 매수세가 약화됐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는데다 미국 국채 및 모기지 금리가 상승할 경우 주택경기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은 순매수 기조를 바꿀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조정 국면 길어지자 신중론 대두=증시가 좀처럼 박스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미국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되자 주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 신중론자로 꼽히는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국채가격 하락과 달러 약세, 상품가격 상승은 이제 시장의 공감대가 돼버렸다”며 “주식이나 부동산자산 버블의 생성과 해소가 반복되면서 조만간 증시에서 난기류(tubulence)가 발생하고 결국 두번째 급락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설령 증시가 3ㆍ4분기에 상승하더라도 1,540을 넘기 힘들고 ‘더블딥(double dip)’을 맞게 되면 1,100선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강화했는데 이제는 후유증도 걱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금리, 유가흐름 등을 고려할 때 증시는 앞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증권은 “미국 증시의 랠리가 거의 끝났다”며 “현재 923포인트인 S&P500 지수가 연말에 900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세장서 선전 ‘가치주’ 재조명=증시 신중론과 함께 가치주를 중시하는 경향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세 국면에서는 성장주의 비중을 높이고 약세 국면에서는 가치주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투자전략의 기본이다. 대신증권ㆍ대우증권ㆍ하이투자증권 등은 이달 15일부터 가치주를 투자 후보군에 올리기 시작했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상승탄력이 둔화되면서 이달 들어서는 가치주의 상대적 강세가 관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빈 대우증권 연구원도 “시장 밸류에이션이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이 뚜렷한 개선을 보일 때까지는 위험회피 성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고 재무구조가 양호한 가치주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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