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세제 개편안을 집도한 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이번 방안이 가져올 세수(稅收)의 효과에 대해 “약간의 플러스이거나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개편 방안이 사실상 ‘증세’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재경부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혹여 벌어질 수 있는 ‘증세’ 논쟁 차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소수가구 추가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다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공제 확대하는 내용을 놓고서는 지난해의 ‘소주세’ 파동의 재연을 우려, “세수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다”고 수 차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벌써부터 이번 개편안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이번 방안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ㆍ분배, 세제로 모두 잡겠다는 데= 올 개편안은 겉으로 보면 증세와 감세가 뒤섞여 있다. 마냥 증세 일변도만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과세 형평성과 경기회복을 위한 세제지원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이른바 성장과 분배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흔적이 엿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세수 증대를 위해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55개 비과세ㆍ감면 제도 중 27개를 폐지 또는 축소조정 했다. 또 신규로 일몰이 없는 7개를 찾아 폐지 또는 축소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나 서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제도 중 28개는 그대로 유지, 정부의 세제개편의 의지를 드러냈다. EITC 도입, 장기주택마련저축 이자ㆍ배당소득 비과세 일몰 연장 등도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의 일환이다.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간의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도했다. 직불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 상향 조정하고 현금영수증가맹점 가입 의무화 등으로 자영업자의 세원을 노출시겠다는 것. 특히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 사업자에 대한 복식부기의무화, 의료비 공제범위 확대, 변호사 수입자료 제출범위 확대 등으로 전문직의 소득 파악을 강화하는 것도 조세개혁의 의지를 담고 있다. ◇체감도는 사실상 증세= 이번 세제개편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에 가깝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 체감도는 증세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책의 목표를 여러 곳에 두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세제개편안은 경기 회복세 지원 이외 ▦기본관세율 개편 ▦근로장려세제(EITC) ▦세원 투명성 제고방안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등 4대 개편 과제를 축으로 내용이 상당히 포괄적이다. 때문에 항목별 혼재 양상도 나타난다. 실제로 ‘의료비 소득공제 확대’는 근로자의 힘으로 자영업자를 압박한다는 취지지만 세금우대종합저축의 세제 혜택 축소는 근로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다자녀가구의 추가공제확대는 곧 소수가구의 추가공제 폐지를 염두에 뒀다. 물론 재경부는 반발을 우려, 올해 세제개편에 따른 근로자의 세부담에 큰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자공제 폐지 등으로 세부담이 5,500억원 정도 늘어나지만 다자녀가구 추가공제, 취학전 자녀 교육비 공제ㆍ의료비 공제 등으로 세부담이 8,200억원 정도 감소해 세수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납세자연맹은 “소수가구추가공제폐지, EITC제도 도입 등에 대해 반대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도 중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한다. 2009년까지 1년에 차상위계층에 최대 80만원만 지급되는 EITC는 정책 목표 달성에는 의문이 들고 있다. 또 세파라치제도의 악용성, 그리고 2년 한시적인 미용성형 등의 의료비공제 등도 이후 폐지 가능할지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방안을 입법화해야 할 국회에 가서 이번 개편안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