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회복에 총력을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신뢰다. 잘 나가던 경제도 대우쇼크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니까 하루아침에 흔들리고 말았다. 대우그룹의 부채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제2외환위기까지 들먹일 정도로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안이한 대처 탓이다.이런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금융시장이 진정국면을 보이고는 있지만 대우쇼크의 해결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상황이 다급해 투신사에 대한 무제한 긴급자금지원과 공적자금까지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무리수가 실제로 동원되지 않고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잡고 정책을 적기에 제대로 집행하며 해당그룹이 구조조정약속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안될 것도 없다. 정부 채권단 기업의 3자 공조가 사태해결의 지름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팀의 팀웍이 매끄러워야 할 것이다.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 청와대경제수석 등의 치밀하지못한 제각각의 발언이 문제해결을 더 꼬이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대우쇼크의 본질은 해당그룹이 발표한 구조조정계획을 시장과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못한 데 있지만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혼선도 한몫했다. 정부가 벼랑 끝에서야 초강수를 두며 적극적으로 나서자 시장이 안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시장이 정부의 의지를 보고 일단 안심하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해당그룹의 부채가 약속한 일정대로 줄어들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선 우선 국내외의 정확한 부채규모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계열사매각을 쉽게하기 위해서라면 일정을 앞당겨 그룹분할을 추진하는 것도 해볼만 하다. 그래도 매각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부채의 출자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채권기관들의 이기주의다.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원칙을 마련, 채권단의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둘 경우 대외신인도제고는 물론 금융시장안정 확보등 우리 경제가 얻는 실익은 매우 크다.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하는 결정적인 계기도 될 수 있다. 정부와 채권기관 및 해당그룹은 국민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만큼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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