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중국관광연구원과 외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약 1억1,700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현재 중국 전체 인구 중에서 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단 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중국인들이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떠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급증하는 유커들의 수혜를 입는 산업은 무엇일까. 첫째는 명품산업이다. 세계명품협회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전 세계 명품 소비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또 중국 소비자 대부분이 명품을 중국이 아닌 국외에서 구매한다. 중국 정부의 명품류에 대한 과도한 세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인들이 '명품여행'으로 선호하는 지역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인 유럽이다. 유럽국가들은 무관세에 유로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의 명품족들을 유치하고 있다. 실제 금융종합그룹 HSB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커가 프랑스 전체 명품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영국 또한 전체 명품 소비의 각각 35%·25%를 중국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중국 내 지점을 확대하기보다 유커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두 번째 수혜산업은 카지노다. 약 610억달러(약 67조6,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아시아 지역의 게임·카지노 산업에서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유커의 증가에 힘입은 한국과 필리핀 카지노 기업의 수익성은 각각 16%·33% 이상 성장한 반면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의 수익은 정부 당국의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 탓에 지난 한 해 동안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 카지노 업체들도 '유커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어 직원 및 가이드 배치는 기본이고 중국인 전용 카지노장이나 중국인 맞춤 숙박시설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심지어 캄보디아의 한 복합 카지노 리조트는 유커를 유치하기 위해 2대의 전용 비행기를 운행하고 있다고 하니 중국인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다.
마지막은 저가항공 산업이다. 유커의 90%가 인접 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 저가항공 산업은 유커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곳이다. 실제로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저가항공 점유율은 지난 2001년 0.2%에서 지난해 10%까지 성장했다. 중국 내 최대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은 기존의 국내선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국제선 취항을 늘리고 있으며 한국 등 주변 국가의 저가항공사들도 중국본토 취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해외여행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이들의 엄청난 구매력은 다양한 글로벌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투자자들도 유커의 소비와 문화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