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 카드를 빼 들었다. 급격한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아 경기둔화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중국 재정부와 인민은행은 기존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거래세 면제를 위한 주택보유 기간을 5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계약금 비율도 큰 폭으로 낮췄다. 2주택 보유자의 경우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계약금을 주택 가격의 60%에서 40%로 낮추고 주택공적금대출(모기지대출)을 통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는 계약금 비율을 30%에서 20%로, 대출상환 후 두 번째 주택 구매자는 이를 40%에서 30%로 각각 완화했다.
중국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제와 금융지원책을 동시에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5월과 9월 인민은행 등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라는 지시와 함께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내놓기는 했으나 세제·금융정책에는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 이처럼 파격적인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현재 주택시장이 정부의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70개 주요 도시 주택 가격 변동상황'에 따르면 중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5.73%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폭은 중국 정부의 주택 가격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것으로 70개 도시 중 66곳의 주택 가격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가격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상당수 자금이 해외 부동산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셴룽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의 미국 부동산 투자 총액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내수침체 문제다. 경기둔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물가상승률은 1%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자칫 경기둔화→소비위축→저물가→투자위축→경기악화의 디플레이션 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4분기 GDP 성장률도 중국 정부의 목표인 7%에 못 미치는 6.8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로 단기간에 수출확대 등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지난해 말 이후 두 차례 단행한 금리 인하 및 지급준비율 인하 효과마저 더디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급한 대로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거래를 살려 시장에 돈이 돌게 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배경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부채에 허덕이는 부동산개발 회사에 국유기업의 보증을 바탕으로 은행권의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국유기업이 지분을 사들이는 등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궈톈융 중앙재경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수급 균형을 조절해 거래를 활성화시킬 경우 연관산업의 부양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거품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UBS는 "중국 전체 은행자산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로 미국의 80%대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