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한강수위를 순식간에 홍수위험높이까지 올려놓듯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수입증가율은 무역수지 관리에 비상을 걸어놓고 있다.무역수지 댐의 붕괴를 막기위해 수입 수위조절이 절실한 시점이다.
◇목까지 차오른 수입증가율= 올들어 수입물량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8년 동안 35.5%가 감소했던 수입은 지난3월 전년동기 대비 12.3%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 4월 10.7%, 5월 24.6%, 6월 31.6%로 급격히 치솟았다.
지난 7월에는 5개월 연속 급증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3%나 늘었다. 같은 달 수출증가율 18.6%를 2배차이로 완전히 따돌려 놓은 것이다.
박봉규(朴鳳圭)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심의관은 『지난 7월 수입이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이 전년대비 44%나 감소한 데 따른 수치상 반등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제조업가동율이 본궤도에 올라서고 설비투자가 되살아나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산자부의 공식 견해는 최근의 수입증가속도는 지극히 정상적이며 이에 따라 올 무역흑자 목표 25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자부의 전망이 너무 안이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수입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절대적인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 무역수지 흑자폭을 크게 축소시켰다며 총체적인 수입관리를 주장했다.
한국은행 역시 식료품 등 직접소비재,내구소비재 및 소비관련 자본재 수입의 증가세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무역수지에 적신호를 던지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의 무역수지는 21억달러로 한달전인 6월의 27억달러에 비해 6억달러(22%)나 줄어들었다.
◇수출증가세는 완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수입에 반해 수출의 행보는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은 119억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18.6%로 나타났다. 수입증가율에는 한참 뒤진 수치다.
지난 2월이후 4월까지 3개월연속 마이너스행진을 보이던 수출은 5월 1.5%를 시작으로 증가세를 근근이 3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최근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데는 무엇보다 엔고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난 4월 한 때 9.5대1까지 떨어졌던 엔화대 원화의 환율은 최근 적정환율로 평가받고 있는 10대 1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또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가격도 상승해 수출에 탄력을 보탰다.
올 연초부터 마이너스행진을 지속하던 석유화학업종의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도 수출수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담당했으며 액정화면(LCD)의 가격조건이 좋아진 점도 주목해 볼만하다.
임영학(林英鶴) 삼성물산 이사는 『지역별로는 중국을 제외한 미국, 동남아시장의 구매력이 높아져 수출여건이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게 동향분석가들의 지적이다. 엔고현상은 언제 그칠지 모르며 국내 제1의 수출주력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계속 좋아지라는 법도 없다.
지난해 국내 수출의 12.9%를 차지했던 반도체는 수출물량이 올들어 상반기동안에만 전년동기대비 30%가 증가하며 14.1%로 비중을 높여놨다.
이근태(李根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수출입동향대로라면 2∼3년내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경기회복과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가기 위해 절상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 환율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