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이 0.3%(전분기 대비)로 크게 악화하며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시중은행의 대출확대를 지원하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닛케이지수는 3% 넘게 급등했고 엔화는 달러당 102엔대로 뛰어올랐다.
18일 BOJ는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민간에 대한 대출을 더 늘리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 프로그램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성장기반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공급 프로그램'과 '대출증가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공급 프로그램'의 만기를 내년 3월로 1년간 연장하고 규모도 각각 7조엔, 5조엔에서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에 저렴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시중은행의 대출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에도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고 증시도 조정국면(고점 대비 10% 하락)에 진입하는 등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자 BOJ가 부양책을 다시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연율 기준으로 1.0%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모두 밑돌았다.
또 오는 4월 소비세 인상(5%→8%)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BOJ가 선제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오바타 슈이치 이코노미스트는 "대출지원 규모를 크게 늘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BOJ가 경기둔화에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BOJ의 부양책에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18일 오전 전일 대비 1% 내외의 상승률을 보이던 닛케이225지수는 BOJ 성명발표 이후 장중 3.5%나 급등했다. 달러당 101엔대에 머물던 엔·달러 환율도 102.74엔까지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BOJ의 조치가 향후 추가 양적완화 정책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HSBC의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데발리에르 이주미는 "대출지원 프로그램 확대는 BOJ가 추가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호주연방은행의 조지프 카푸소 투자전략가는 "소비세 인상이 일본 경제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경제지표가 발표될 경우 BOJ가 4월께 추가 양적완화에 돌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50명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엔·달러 환율이 연말께 11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