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 경영혁신] `안전 제일' 우체국 창구가 붐빈다

『예는! 예는! 투자의 기본은 안전이야, 안전』최근 모 투자신탁회사의 광고 카피다. 광고의 타깃은 IMF를 맞아 투자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고객들. 그런데 정작 가장 안전한 금융기관이 따로 있다. 바로 우체국이다. 우체국은 흔히 우편업무만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반 은행업무와 보험업무를 모두 하고 있는 종합금융회사다. 정부기관이라는 제약 때문에 광고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9월말 현재 예금 보험 우편환 우편대체 자기앞수표 등을 포함해 총 사업규모가 17조7,559억원에 달한다. 우체국은 외형만을 중시하다 엄청난 부실채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시중은행과는 달리 내실을 다져온 특이한 금융기관이다. 조성된 자금은 공공자금 관리기금에 예탁돼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부분 투자된다. 중소기업 지원, 국·공채 매입 등 공공 정책자금으로도 활용된다. 일반 금융기관 처럼 증권·채권 등 고수익상품에 투자하지 않는다. 일반 대출도 하지 않는다. 정부가 보장하는 사업에만 투자하다 보니 부실여신이 원천적으로 생길 수 없다. 그렇다고 우체국의 금리가 턱없이 싼 것도 아니다. 보통예금 기준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평균 0.5~1% 가량 싸다. 확실한 안전성을 보장받는 조건으로서는 큰 손해라고 할 수 없다. 완벽한 안전성 때문에 우체국은 IMF 이후 가장 빛을 보고 있는 금융기관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총 잔고를 보면 체신금융의 안정성이 잘 드러난다. 지난 11월말 체신금융의 총 잔고는 12조5,77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조8,585억원에 비해 무려 61%나 늘어났다. IMF한파속에서 예금실적이 이처럼 늘어난 은행은 없다. 전국에 2,800여개의 점포(우체국)를 거느린 국내 최대의 조직망을 갖춘 것도 우체국의 특장점이다. 특히 민간은행의 점포가 90% 이상 도시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비해 우체국은 50% 이상이 농어촌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같은 조직 분포는 우체국이 서민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 준다. 은행창구가 없는 농어촌에서 서민의 소액 예금을 유치, 저축률을 높이고, 이 자금으로 각종 공공정책을 수행, 국민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손홍 정보통신부 체신금융국장은 『우체국이 없다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농 속에 돈을 묵혀둘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95년6월부터는 우체국 금융전산망과 은행전산망이 연결돼 전국 어느 우체국에서나 온라인으로 송금 및 현금 자동지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체국 금융은 미래를 위한 변신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2000년까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분산형 전산시스템(다운사이징)이 대표적인 예. 이 시스템은 주전산기를 한 곳(주로 서울)에만 두고 있는 일반 은행과 달리 주요 도시에 별도로 주전산기를 두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곳에서 전산이 고장나도 전체 시스템에는 아무런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아직 국내 어느 금융기관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남궁 민 체신금융국 기획과장은 『분산형 시스템이 가동되는 2001년부터는 우체국은 365일 무장애 온라인서비스, 홈 뱅킹 및 펌 뱅킹 서비스, 모든 금융업무를 하나의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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