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5000억 출자 눈앞… PEF 제2의 '쩐의 전쟁'

"주요 투자자 확보 올 마지막 기회… 바이아웃에 몰릴 듯"


산업은행이 이달 말 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사모펀드(펀드 설립 후 투자 대상을 고르는 펀드)' 출자에 나서기로 해 지난 5월 국민연금 정기 출자에 이어 사모펀드(PEF)업계에 제2차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출자에서 낙방한 PEF들은 이번 산은 출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 말 5,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PEF 출자 공고를 내고 오는 7월 중순까지 제안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총 출자 규모는 5,000억원으로 해외 진출, 회수 전용(세컨더리), 경영권 인수(Buyout·바이아웃) 등 3개 유형에 각각 1,000억~2,000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이번 산은 출자는 5월 국민연금 출자에서 탈락한 PEF 입장에서는 올해 주요 출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PEF업계는 현재 블라인드 펀드 출자 계획을 공표하지 않은 교직원공제회·사학연금·행정공제회 모두 기존에 조성된 펀드에 함께 투자하는 매칭 방식의 출자에 한정할 가능성이 커 이번 산은 출자에 실패하면 연내 새로운 펀드를 조성해 투자처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블라인드 PEF 출자사업을 진행해 라지캡(대형) 위탁운용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틱인베스트먼트, IMM 프라이빗에퀴티(PE)를 선정, 각각 2,500억원가량을 출자하기로 했다. 미드캡(중형) PEF 위탁운용사로는 나우IB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엑셀시어캐피털, JKL파트너스 등이 선정된 바 있다. 대형 부문에서 오릭스 PE와 하나대투 PE,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 등이 탈락했으며 중형 부문에서는 이큐파트너스, KTB PE, 코스톤아시아, LB인베스트먼트 등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이번 산은 출자에서는 일반 바이아웃 펀드 유형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자금을 바탕으로 펀드 결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PEF들이 국민연금 출자금의 투자방향과 배치되는 않는 유형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아울러 국민연금 자금과 매칭을 고려할 필요 없는 운용사들도 해외 딜 경험이 많지 않아 바이아웃 펀드를 선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 펀드에는 이큐파트너스, 미래에셋자산운용, KTB PE 등의 경쟁이 예상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이어 산은 출자마저 떨어지는 PEF는 올해 '개점휴업'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참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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